2017.04.13 17:21

관계와 교제

조회 수 2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관계와 교제 / 성백군

 

 

공원 나무 밑 좌판 옆 바닥에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다

물그릇과 모이, 먹다 남은 통조림.

새들이 날아와 물을 마시고, 길고양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힐끔거린다.

 

누굴까, 저 착한 마음은

부자가 재산을 털어 공궤하는 것은 아닐 테고

어쩌다 나들이 나온 사람이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닐 것이고

어느 마음씨 고운 이가?

아니야,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럼, 동물애호가 단체에서 왔다 간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일주일 휴가차 본토에 있는

아이들 삼 남매 부부가 손자 손녀 여섯 데리고 와서

북새통을 치는 대는 내 새끼들이라도 감당이 안 되었었는데……

 

저어~ , 저 소외된

저녁 어스름 속 등 굽은 노숙자

잠자리 찾아 좌판 옆 의자에 앉아

먹이를 정리하며 뒷수습을 하는데

새들이 먼저 알고 그의 어깨에 앉고, 길고양이

무릎으로 파고들며 반긴다

부도, 명예도, 권세도 없고

혈족도, 주종관계도 아니지만

매일 만나서 일상을 나누는 교제가 아름다워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일몰이 가다 말고 멈춰 서서 시샘한다

늦었지만 저도 할 수 있다며

종일 무심했던 하늘을 서산에 매달고

벌겋게 물들인다

 

   808 - 0326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9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차신재 2016.12.01 74704
988 (낭송시) 사막에서 사는 길 A Way To Survive In The Desert 차신재 2016.02.25 1954
987 6월의 언덕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16 797
986 하얀 산과 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이승욱 2014.03.26 699
985 4월의 시-박목월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4.02 698
984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이채 오연희 2016.02.01 623
983 (동영상시) 나는 본 적이 없다 (데스밸리에서) Never Have I Seen (at Death Valley) 차신재 2015.08.09 590
982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60
981 (동영상시) 나는 시골버스 차장이 되고 싶었다 - I Wanted To Become A Country Bus Conductor 차신재 2015.08.20 557
980 늦가을 빗길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11.08 556
979 듬벙 관람요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10 541
978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오연희 2015.10.01 537
977 (동영상시) 아무도 모르는 일- 차신재 The Affair No One Knows 차신재 2015.09.01 532
976 찔래꽃 향기 성백군 2014.07.11 518
975 야자나무 쓸리는 잎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하늘호수 2016.05.02 518
974 산 닭 울음소리 성백군 2014.06.23 505
973 죽은 나무와 새와 나 강민경 2014.05.19 465
972 2월의 시-이외수 file 미주문협 2017.01.30 465
971 외로운 가로등 강민경 2014.08.23 460
970 3월-목필균 오연희 2016.03.09 45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