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교제 / 성백군
공원 나무 밑 좌판 옆 바닥에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다
물그릇과 모이, 먹다 남은 통조림.
새들이 날아와 물을 마시고, 길고양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힐끔거린다.
누굴까, 저 착한 마음은
부자가 재산을 털어 공궤하는 것은 아닐 테고
어쩌다 나들이 나온 사람이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닐 것이고
어느 마음씨 고운 이가?
아니야, 세상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럼, 동물애호가 단체에서 왔다 간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일주일 휴가차 본토에 있는
아이들 삼 남매 부부가 손자 손녀 여섯 데리고 와서
북새통을 치는 대는 내 새끼들이라도 감당이 안 되었었는데……
저어~ 기, 저 소외된
저녁 어스름 속 등 굽은 노숙자
잠자리 찾아 좌판 옆 의자에 앉아
먹이를 정리하며 뒷수습을 하는데
새들이 먼저 알고 그의 어깨에 앉고, 길고양이
무릎으로 파고들며 반긴다
부도, 명예도, 권세도 없고
혈족도, 주종관계도 아니지만
매일 만나서 일상을 나누는 교제가 아름다워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일몰이 가다 말고 멈춰 서서 시샘한다
늦었지만 저도 할 수 있다며
종일 무심했던 하늘을 서산에 매달고
벌겋게 물들인다
808 - 0326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