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같은 새들/강민경
산책길
갓집 담 안, 꽃 다 떨군 나뭇가지에
고물고물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 잡아당기는 새들이
꽃봉오리 같아 한참을 바라봅니다
탐색하는 사이
위, 아래로 오르내리는
새들, 마치 떨어지는 꽃잎 같아
빼앗긴 마음, 하염없이 젖어듭니다
재 재 재 저희끼리 지저귀는 소리
말 배우는 어린아이들 같아
가만히 귀 기울이면 지루함을 모릅니다
저희가 집주인이라도 되는 듯
눈 맞춰 오며 같이 놀자는데
해거름 땅거미
가던 길 서두르라 등을 떠밉니다
새들로 꽃 피워
잎 떨군 나무에 열매로 생기 부른
집 주인의 청빈함을 물려받은 듯한
흐트러짐 없이 돋보이는 새들의 날개 옷
반짝임이 내 안에서 익어가는
아쉬움 숨기고 돌아서는데
위 아래로 나는 새들 영락없는
낙화(落花)에게,
또 올게, 힘주어 약속하는 소녀
내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