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 성백군
드디어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태두리가 선명하다
종일 눈부셔
바라보기도 힘들더니만
일몰 직전에 풀어져
서산에 걸린 저 둥근 얼굴
술 한잔하셨나 보다 하늘이 온통 불콰하다
나사가 빠진 걸까
철이 든 걸까? 아무렴 어쩌랴
늙음 앞에서 뻗대 봤자
여생만 낭비하고
가족과 이웃을 힘들게 하는 것을
내 삶
내 마지막도
해가 풀어지듯 순해져
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세상 나그네들에게
고운 시집 한 권씩 지어드리고
없는 듯 스스럼없이 사라지면 좋겠다
809 - 0411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