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 16:00

그 살과 피

조회 수 2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 살과 피/ 채영선 시인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첫 번째 주일

이력이 난 풀무 구덩이에서

데고 부풀어져 단단한 껍질마저

부수어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당신

 

첫 페이지 첫 음절부터

마지막 장 아멘까지

건더기 없이 녹아들어

우주를 품은 레시피로 만든 명품 덩어리

 

- 내어던진 당신의 의지

아버지 뜻대로 휘어진 아들의 모습

덩그마니 홀로 하얀 보자기 안에서

얼마나 가슴 뭉클하셨을까

 

기침도 안하고 벗겨 제치는 무례와

씻지 않은 손으로 주고받는 부끄러움에도

나란히 둘러서는 게 끔찍이도 좋아서

때마다때마다 찾아오시는 당신

 

기꺼이 내주시는 피 묻은 한 조각

뻣뻣한 목으로 끝내 삼키고 마는

그날까지 성숙하지 못할 그대와 나는

눈 감은 하늘 아래 널브러져

나팔소리만 기다리는 마른 뼈다귀들

 

 

------------

감리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 성찬식을 합니다.

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도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른 뼈다귀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 모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9 나쁜 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7.06 113
188 고목 속내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14 113
187 재난의 시작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31 112
186 그래도와 괜찮아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01 112
185 적폐청산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8.10 112
184 “말” 한 마디 듣고 싶어 박영숙영 2018.08.22 112
183 가고 있네요 2 泌縡 2021.03.14 112
182 산그늘 정용진 2019.06.30 111
181 물냉면 3 file 유진왕 2021.08.05 111
180 주름살 영광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19 111
179 시간의 탄생은 나 강민경 2015.07.09 110
178 소망과 절망에 대하여 강민경 2018.12.05 110
177 자목련과 봄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26 110
176 착한 갈대 강민경 2019.05.16 110
175 단풍든 나무를 보면서 강민경 2019.10.11 110
174 나목에 핀 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1.13 110
173 감사한 일인지고 1 유진왕 2021.08.02 110
172 그대를 영원히 흰 눈에 찍고 싶어서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07 109
171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 泌縡 김원각 泌縡 2020.05.01 109
170 얼굴 주름살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4.20 109
Board Pagination Prev 1 ...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