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3 17:47

나의 변론

조회 수 3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의 변론/강민경

 

 

         어쩐 일인지

         햇빛 아래 어깨 늘어뜨린

 나뭇잎들 꼼짝도 않는다

 나무그늘 아래 서 있는

 나도, 옷섶 펄럭여 바람을 부추겨 보는데

 바람은 어디서 땡 치는 중인지

 숨소리 헉헉대는 나뭇잎

 자기들도 기다리는 중이라며

 변명을 늘린다

,

 바람이 꼼짝 않고 있어서라고 하는

 나뭇잎과,

 나뭇잎이 불러 주지 않아

 저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어서라고

 팽팽히 맞서는 바람의 변론을

 참다못한

 내가 먼저 옷섶을 풀려 하자

 

 미안했는지 다급했는지

 제 본색 드러내는 바람

 어디서 엿듣고 달려왔을까

 

 순식간에 나뭇잎 감고 돌다가

 나를 다독이는 선심

 열리다 만 내 옷섶 풀었다 닫았다

 상냥한 호들갑이라니

 내 어찌 더 저들과 변론을 펼칠 수 있겠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6 “혀”를 위한 기도 박영숙영 2018.08.19 192
605 등대의 사랑 하늘호수 2016.05.14 192
604 어둠 속 날선 빛 성백군 2014.11.14 191
603 간도 운동을 해야 강민경 2015.09.11 191
602 새분(糞) 작은나무 2019.03.12 191
601 새와 나 강민경 2020.05.02 191
600 눈높이대로 강민경 2016.02.16 190
599 하늘의 눈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9 190
598 도심 짐승들 하늘호수 2017.05.21 189
597 안아 보고 싶네요! / 김원각 泌縡 2020.04.23 189
596 내가 세상의 문이다 강민경 2014.10.12 188
595 밥 타령 하늘호수 2017.12.01 188
594 얹혀살기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8.17 188
593 태아의 영혼 성백군 2014.02.22 187
592 감기 임 강민경 2016.04.10 187
591 산동네 비둘기 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16 187
590 그리움 하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9.08 187
589 여름 낙화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8.06 187
588 외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0.04 187
587 길 떠나는 가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08 187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