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변론/강민경
어쩐 일인지
햇빛 아래 어깨 늘어뜨린
나뭇잎들 꼼짝도 않는다
나무그늘 아래 서 있는
나도, 옷섶 펄럭여 바람을 부추겨 보는데
바람은 어디서 땡 치는 중인지
숨소리 헉헉대는 나뭇잎
자기들도 기다리는 중이라며
변명을 늘린다
,
바람이 꼼짝 않고 있어서라고 하는
나뭇잎과,
나뭇잎이 불러 주지 않아
저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어서라고
팽팽히 맞서는 바람의 변론을
참다못한
내가 먼저 옷섶을 풀려 하자
미안했는지 다급했는지
제 본색 드러내는 바람
어디서 엿듣고 달려왔을까
순식간에 나뭇잎 감고 돌다가
나를 다독이는 선심
열리다 만 내 옷섶 풀었다 닫았다
상냥한 호들갑이라니
내 어찌 더 저들과 변론을 펼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