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의 연가 / 성백군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불고, 흔들고, 붙잡고
때로는 다독이면서 최선을 다해 보았지만
돌아보아,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추수 끝난 텅 빈 들판과
겨울 앞에 잎마저 털린 나목들뿐입니다
열심히 살았으면
무언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허공을 내닫는 막막한 바람
종일 달려도 끝이 없고, 부딪는 것도 없고,
뭘 알아야 회개라도 하지요
지친 발걸음,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잠시도 쉬지 않고 파닥거립니다
눈이 내리고
근심은 늘어나고
근심을 덮으려고 눈은 쌓이고
세상이 온통 하얗습니다. 다 비웠답니다
만물이 전부 항복했는데도 나만 살아 꼼지락거리면
시작하라는 것 아닐까요?
죽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으면 다시 시작해야 하겠지요
입춘입니다
일어나야지요
싹이 나옵니다. 불어야지요
성공이 별것입니까, 행복이 따로 있나요?
사는 것이 성공이고 행복이라고
겨울바람, 어느새 꽃샘바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