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악사/강민경
와이키키 해변
국제시장 앞 인도로
낮이면 썰물처럼 쓸려갔다가
밤이면 밀물처럼 몰려오는 관광객들 사이사이로
아코디언, 기타, 우쿨렐레, 연주가
가로등 불빛처럼 멜로디 되어 흐르면
건조한 거리는 새로운 풍경으로 우쭐댄다
느낌표, 물음표 그리고, 말이 쓸데없다
악사의 흥겨운 노랫가락에
하루의 일과를 끝낸 사람들
관광객이나 현지인이나 남녀노소
인종구별 없이 하나 되어 구름에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흔들며
거센 파도가 물거품을 내뱉듯 피로를 푼다.
아, 여기
한동아리가 된 사람들의 물결
열정이다. 기쁨이다. 감동이다.
그러나 누가 알랴
불을 질러놓고 불탄 자리를 수습하듯
바구니에 떨어진 동전 몇 잎 주어 들고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거리를 떠나는
거리의 악사들의 애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