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피는 꽃/강민경
조금 일찍 가을을 맞았더라면
어떤 모양의 황혼 꽃을 피웠을까
언제나 둘이 손 꼭 잡고 정답던
그이와 나의 눈에 뛰어든
28층에 사시는 팔순 넘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늘도 현관문 앞 의자에 몸 기대고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신다
가까이 다가가서 귀 기울여봐도 들을 수는 없지만
멈추지 않는 저 정겨움
속살이 보이도록 곱게 빚어 내린
하얀 머리카락이 활짝 핀 수국 같습니다
그들의 눈 잣대에도
두 손 꼭 잡고 들고 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다정다감하게 보였던지
언제부터인가 한쪽 눈 찡긋
엄지손 가락 치켜세우며 최고라는
어린아이 같은, 순정 어린 사랑의 인사말
어느새 가깝고 훈훈한 이웃사촌이 되었습니다
사소한 표현으로도
뜨끈뜨끈한 정 나누며 즐겁게 사는 우리 부부도
저들처럼 나이 구별 없이 아름다워 보일까!
황혼에 피는 인화(人和) 한 폭
일상의 청량(淸凉)한 아침 햇살입니다
*인화(人和): 여러 사람의 마음이 서로 화합함.
*청량(淸凉): (소리가) 맑고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