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같은 세상 / 성백군
파랗다
흐린 날일수록 더욱 새파랗게 돋아나고
보다 보면 우울한 마음도 밝아진다
개울가 너럭바위나
숲 그늘 막돌에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고목
어디든 닿는 곳이면 멍석을 깔아놓은 것처럼 자리를 잡는
이끼, 그 조그마한 것이 가관이다
다리도 없는 것이, 날개도 없는 것이
바닥에서부터 하늘 높이까지
예로부터 지금까지
나 보라는 듯 삶의 영역을 넓히는 걸 보면
이 탓 저 탓만 하고 안일하게 살아온
내 평생이 부끄럽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없다고 하지만
용이 아니면 어떤가
태자리 탓하지 않고
가치관이 전도(顚倒)된 세상에 질서 보여주며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 주면
그게 성공 아닐까
성공이 행복이 되는 삶
비 온 후면, 바꿔보자고
파래지는 이끼 같은 세상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