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5 20:08

한 점 바람

조회 수 2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 점 바람/강민경


 

처음엔, 한 점 바람  

하찮게 여겼더니

여름이 다 가도록 얼씬도 않는 바람

삐쳤는가?

끓는 지열에 턱턱 숨 막히며 늘어지는 육신

이제는, 아양이라도 떨며 비위라도 맞추며  

상전으로라도 모시고 싶은 심정이다

  

“무슨 날씨가 이래” 하고

원망해 봐도

핏대를 세우며 성질을 부려 봐도

하늘마저 구름 한 점 없더니

우르릉 꽝, 번쩍번쩍, 이제 됐다 싶은데

끝내, 소리만 요란하고 칼춤만 춰대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도 거짓말이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평소에 싫어하던 에어컨을 켜는데

내가 싫어하니까 저도 싫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일 바닥이 흥건하다

 

누구의 눈물인지 혹은

누구의 비뇨인지 모르지만

한 점 바람 하찮다고 괄시했다가

올여름 된통 당하고

에어컨 바람에 닭살 돋게 생겼다

 

 


  1. 독감정국

  2. 담쟁이에 길을 묻다

  3. 한 점 바람

  4. 딸아! -교복을 다리며 / 천숙녀

  5. 빈말이지만 / 성백군

  6. 물의 식욕

  7. 구름의 속성

  8. 엉덩이 뾰두라지 난다는데

  9.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10.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11. 그 살과 피

  12. 가을의 승화(昇華)

  13.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14. 가을비

  15. 그리움의 각도/강민경

  16. 손안의 세상

  17. 삶의 각도가

  18. 감나무 같은 사람

  19. 몸과 마음의 반려(伴呂)

  20. 오월-임보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