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5 20:08

한 점 바람

조회 수 2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 점 바람/강민경


 

처음엔, 한 점 바람  

하찮게 여겼더니

여름이 다 가도록 얼씬도 않는 바람

삐쳤는가?

끓는 지열에 턱턱 숨 막히며 늘어지는 육신

이제는, 아양이라도 떨며 비위라도 맞추며  

상전으로라도 모시고 싶은 심정이다

  

“무슨 날씨가 이래” 하고

원망해 봐도

핏대를 세우며 성질을 부려 봐도

하늘마저 구름 한 점 없더니

우르릉 꽝, 번쩍번쩍, 이제 됐다 싶은데

끝내, 소리만 요란하고 칼춤만 춰대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도 거짓말이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평소에 싫어하던 에어컨을 켜는데

내가 싫어하니까 저도 싫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일 바닥이 흥건하다

 

누구의 눈물인지 혹은

누구의 비뇨인지 모르지만

한 점 바람 하찮다고 괄시했다가

올여름 된통 당하고

에어컨 바람에 닭살 돋게 생겼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7 여기에도 세상이 강민경 2015.10.13 128
176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차신재 2015.10.07 308
175 10월의 형식 강민경 2015.10.07 203
174 황혼 결혼식 / 성백군 하늘호수 2015.10.01 380
173 숲 속에 볕뉘 강민경 2015.10.01 378
172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오연희 2015.10.01 541
171 (동영상시) 나비의 노래 A Butterfly's Song 차신재 2015.09.27 360
170 다시 돌아온 새 강민경 2015.09.26 120
» 한 점 바람 강민경 2015.09.25 291
168 대가업 골목상권 하늘호수 2015.09.15 150
167 9월이 강민경 2015.09.15 126
166 (동영상시) 한 여름날의 축제 An Exilarating Festivity On A Mid Summer Day 차신재 2015.09.12 457
165 간도 운동을 해야 강민경 2015.09.11 205
164 9월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9.10 111
163 가을 눈빛은 채영선 2015.09.08 183
162 멈출 줄 알면 강민경 2015.09.06 162
161 (동영상시) 아무도 모르는 일- 차신재 The Affair No One Knows 차신재 2015.09.01 543
160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하늘호수 2015.08.30 304
159 당신은 내 심장이잖아 강민경 2015.08.29 239
158 풀에도 은혜가 있으매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8.24 155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