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5 20:08

한 점 바람

조회 수 2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 점 바람/강민경


 

처음엔, 한 점 바람  

하찮게 여겼더니

여름이 다 가도록 얼씬도 않는 바람

삐쳤는가?

끓는 지열에 턱턱 숨 막히며 늘어지는 육신

이제는, 아양이라도 떨며 비위라도 맞추며  

상전으로라도 모시고 싶은 심정이다

  

“무슨 날씨가 이래” 하고

원망해 봐도

핏대를 세우며 성질을 부려 봐도

하늘마저 구름 한 점 없더니

우르릉 꽝, 번쩍번쩍, 이제 됐다 싶은데

끝내, 소리만 요란하고 칼춤만 춰대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도 거짓말이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평소에 싫어하던 에어컨을 켜는데

내가 싫어하니까 저도 싫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일 바닥이 흥건하다

 

누구의 눈물인지 혹은

누구의 비뇨인지 모르지만

한 점 바람 하찮다고 괄시했다가

올여름 된통 당하고

에어컨 바람에 닭살 돋게 생겼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시끄러운 마음 소리 강민경 2016.10.28 257
162 바위의 탄식 강민경 2016.07.07 257
161 종신(終身) 성백군 2014.09.22 258
160 나의 고백 . 4 / 가을 son,yongsang 2015.10.23 259
159 사인(死因) 하늘호수 2016.04.09 259
158 6월의 창 강민경 2014.06.08 260
157 터널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7.06.05 260
156 아내의 요리 솜씨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30 260
155 역사에 맡기면 어떨지 1 유진왕 2021.07.27 260
154 날 붙들어? 어쩌라고? 강민경 2015.03.15 261
153 화려한 빈터 강민경 2016.09.07 261
152 미국 제비 1 유진왕 2021.07.30 261
151 비치와 산(Diamond Head)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11 262
150 우린 서로의 수호천사 강민경 2015.05.05 263
149 봄날의 고향 생각 강민경 2019.03.10 263
148 담 안의 사과 강민경 2014.01.17 264
147 부활 성백군 2014.04.23 264
146 그리운 자작나무-정호승 미주문협 2017.05.31 264
145 새들도 방황을 강민경 2016.08.24 265
144 알로에의 보은 강민경 2017.08.11 269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