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05:43

사인(死因)

조회 수 2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인(死因) / 성백군

 

 

화창한 봄날

오리가족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어미 오리가 병아리 넷을 데리고

도로를 건너갑니다

 

제가 무슨, 아무

배경도 없고 힘도 없는 날 짐승인 주제에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는 4차선 도로를

보무도 당당하게 건너갑니다

 

재발하고 소리쳐 보지만

못 알아들었는지

듣고도 날지 못하는 새끼들 때문인지

어미는 달리는 차 바퀴 밑에서 말 한마디 없이

파닥거리며 생을 마감합니다

 

허겁지겁 가던 길 되돌아

인도로 나온 병아리들

오리걸음으로 돌아보며 힐끔거리며

눈도장을 찍습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야!’

요즘 사람들은 로봇보다 못한

감정도 느낌도 없는 쇠붙이일 뿐이야.’

 

도로 위에

제 어미의 주검으로 사인(sign) 해 놓았습니다만

잠시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인(死因)은 흔적도 없이 지워질 것이고

세상은 여전히 질주할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밤비 하늘호수 2016.06.10 219
242 내 몸에 단풍 하늘호수 2016.06.06 213
241 미루나무 잎들이 강민경 2016.06.06 321
240 쉼터가 따로 있나요 강민경 2016.05.28 193
239 5월의 기운 하늘호수 2016.05.28 151
238 걱정도 팔자 강민경 2016.05.22 173
237 분노조절장애와 사이코패스 사이에서 하늘호수 2016.05.22 301
236 산동네 불빛들이 강민경 2016.05.17 132
235 주차장에서 강민경 2016.05.17 226
234 등대의 사랑 하늘호수 2016.05.14 192
233 당뇨병 강민경 2016.05.12 113
232 야자나무 쓸리는 잎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하늘호수 2016.05.02 516
231 오월-임보 오연희 2016.05.01 296
230 사월 향기에 대한 기억 강민경 2016.04.30 248
229 4월에 지는 꽃 하늘호수 2016.04.29 311
228 (동영상 시) 선창에서 At Fishing Dock 차신재 2016.04.29 314
227 파도 하늘호수 2016.04.22 155
226 풀루메리아 꽃과 나 강민경 2016.04.10 194
225 감기 임 강민경 2016.04.10 187
» 사인(死因) 하늘호수 2016.04.09 259
Board Pagination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