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4 17:04

새들도 방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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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당황한 날 /강민경

 


늦은 저녁 무렵

맑던 하늘 언제였냐는 듯 번쩍

하늘 가르는 번개 세례 우르르 쾅쾅 으르르  

먹구름 다그치는 하늘의 괴성

천지를 뒤흔든다

 

둥지에서 잠을 청하던 새들 느닷없는 굉음에

이 나무 저 나무 숲에서 퉁겨져 나와

날 줄 씨줄을 그리는 난 분분한 당황

그 절박감이라니!

방 안에서 지켜보는 나도 긴장한다

 

여보, 저것 좀 봐

아주 큰 태풍이 오는가 봐

새들도 야단이다. 지금이라도 유리에

테이프를 쳐야 하나 다급한 채근, 후회먼저

소심해서 허둥거리는 사이

벼락 치는 폭풍우 소리  

먹먹한 내 귓속을 후벼 판다

 

메마른 캘리포니아 다급한 사정은 뒷전이고

내 딸이 사는,

이 하와이가 더위에, 가뭄에 헉헉댄다는

-스 듣고 서둘러 달려왔다 하시는

하늘의 음성이

세상 늪에 빠져 허둥거릴 때

내 어깨를 껴 안고 다독여 힘 주시던

내 아버지의 환청 같다

대지(大地)를 깨워 서두르시는 발걸음

뜬 눈으로 아침을 맞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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