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 16:00

그 살과 피

조회 수 2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 살과 피/ 채영선 시인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첫 번째 주일

이력이 난 풀무 구덩이에서

데고 부풀어져 단단한 껍질마저

부수어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당신

 

첫 페이지 첫 음절부터

마지막 장 아멘까지

건더기 없이 녹아들어

우주를 품은 레시피로 만든 명품 덩어리

 

- 내어던진 당신의 의지

아버지 뜻대로 휘어진 아들의 모습

덩그마니 홀로 하얀 보자기 안에서

얼마나 가슴 뭉클하셨을까

 

기침도 안하고 벗겨 제치는 무례와

씻지 않은 손으로 주고받는 부끄러움에도

나란히 둘러서는 게 끔찍이도 좋아서

때마다때마다 찾아오시는 당신

 

기꺼이 내주시는 피 묻은 한 조각

뻣뻣한 목으로 끝내 삼키고 마는

그날까지 성숙하지 못할 그대와 나는

눈 감은 하늘 아래 널브러져

나팔소리만 기다리는 마른 뼈다귀들

 

 

------------

감리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 성찬식을 합니다.

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도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른 뼈다귀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 모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4 초록의 기억으로 강민경 2016.07.23 199
883 초록만발/유봉희 1 오연희 2015.03.15 190
882 초고속 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10 175
881 청춘은 아직도 강민경 2019.08.06 90
880 첫눈 강민경 2016.01.19 97
879 첫눈 하늘호수 2015.12.11 169
878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5.31 210
877 철새 떼처럼 강민경 2016.09.19 154
876 철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07 98
875 천진한 녀석들 1 유진왕 2021.08.03 167
874 천생연분, 주례사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2.06 129
873 천기누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9 208
872 천국 입성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7.20 139
871 천국 방언 1 유진왕 2021.07.15 153
870 천고마비 1 유진왕 2021.08.01 237
869 처음 가는 길 1 유진왕 2021.07.26 175
868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5 256
867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75
866 참회 1 유진왕 2021.07.22 67
865 찬바람의 통곡 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03 13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