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3 17:47

나의 변론

조회 수 2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의 변론/강민경

 

 

         어쩐 일인지

         햇빛 아래 어깨 늘어뜨린

 나뭇잎들 꼼짝도 않는다

 나무그늘 아래 서 있는

 나도, 옷섶 펄럭여 바람을 부추겨 보는데

 바람은 어디서 땡 치는 중인지

 숨소리 헉헉대는 나뭇잎

 자기들도 기다리는 중이라며

 변명을 늘린다

,

 바람이 꼼짝 않고 있어서라고 하는

 나뭇잎과,

 나뭇잎이 불러 주지 않아

 저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어서라고

 팽팽히 맞서는 바람의 변론을

 참다못한

 내가 먼저 옷섶을 풀려 하자

 

 미안했는지 다급했는지

 제 본색 드러내는 바람

 어디서 엿듣고 달려왔을까

 

 순식간에 나뭇잎 감고 돌다가

 나를 다독이는 선심

 열리다 만 내 옷섶 풀었다 닫았다

 상냥한 호들갑이라니

 내 어찌 더 저들과 변론을 펼칠 수 있겠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1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차신재 2016.12.01 74558
980 (낭송시) 사막에서 사는 길 A Way To Survive In The Desert 차신재 2016.02.25 1925
979 6월의 언덕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16 775
978 4월의 시-박목월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4.02 667
977 하얀 산과 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이승욱 2014.03.26 662
976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이채 오연희 2016.02.01 605
975 (동영상시) 나는 본 적이 없다 (데스밸리에서) Never Have I Seen (at Death Valley) 차신재 2015.08.09 562
974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34
973 (동영상시) 나는 시골버스 차장이 되고 싶었다 - I Wanted To Become A Country Bus Conductor 차신재 2015.08.20 524
972 늦가을 빗길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11.08 514
971 (동영상시) 아무도 모르는 일- 차신재 The Affair No One Knows 차신재 2015.09.01 511
970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오연희 2015.10.01 511
969 야자나무 쓸리는 잎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하늘호수 2016.05.02 508
968 듬벙 관람요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10 505
967 산 닭 울음소리 성백군 2014.06.23 490
966 찔래꽃 향기 성백군 2014.07.11 486
965 죽은 나무와 새와 나 강민경 2014.05.19 446
964 2월의 시-이외수 file 미주문협 2017.01.30 446
963 세월호 사건 개요 성백군 2014.05.12 444
962 외로운 가로등 강민경 2014.08.23 4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