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 어머니의 가치/강민경 강민경 2015.05.18 447
22 세월호 사건 개요 성백군 2014.05.12 451
21 (동영상시) 한 여름날의 축제 An Exilarating Festivity On A Mid Summer Day 차신재 2015.09.12 451
20 3월-목필균 오연희 2016.03.09 454
19 외로운 가로등 강민경 2014.08.23 457
18 2월의 시-이외수 file 미주문협 2017.01.30 460
17 죽은 나무와 새와 나 강민경 2014.05.19 463
16 산 닭 울음소리 성백군 2014.06.23 503
15 찔래꽃 향기 성백군 2014.07.11 514
14 야자나무 쓸리는 잎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하늘호수 2016.05.02 514
13 (동영상시) 아무도 모르는 일- 차신재 The Affair No One Knows 차신재 2015.09.01 531
12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오연희 2015.10.01 535
11 듬벙 관람요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10 537
10 (동영상시) 나는 시골버스 차장이 되고 싶었다 - I Wanted To Become A Country Bus Conductor 차신재 2015.08.20 553
9 늦가을 빗길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11.08 555
8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56
7 (동영상시) 나는 본 적이 없다 (데스밸리에서) Never Have I Seen (at Death Valley) 차신재 2015.08.09 588
6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이채 오연희 2016.02.01 623
5 4월의 시-박목월 file 미주문협관리자 2016.04.02 693
4 하얀 산과 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이승욱 2014.03.26 698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