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降雪) / 성백군
눈이
한꺼번에 하늘 가득 오시면
어쩌란 말인가
내 손은 둘
뿐인데
머리에도 앉고 어깨에도 앉고
땅바닥에 떨어지고, 아깝지 않은가
아프지 않겠는가
소처럼 눈망울 껌벅거리며 눈 속에 넣어보고
개처럼 혓바닥을 내밀어 핥아보고
두 손 손바닥으로 받아 꼭 쥐었더니
없네, 눈물인지 눈 녹은 물인지, 겉만 적셔놓고
어느새 빠져나가
나뭇가지에 있네, 지붕 위에 있네
펄펄 나르네, 나르며 쌓이네
거기 그대로 두고
오래오래 사랑해 달라고
겨울 임이 오시네
572 - 1227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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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 필재 김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