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2 17:02

꽃 뱀

조회 수 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뱀/강민경



오늘도 나는 계곡에서 푸른 하늘 바라보며

산골짝 건널 일 산등성 넘을 일에

힘 드는 줄 모르고

올곧은 나무로 쭉쭉 뻗었다

 

 

개울물이 발끝을 적시고 흐르던

어느 아침

안갯속에서 함초롬한 이슬 물고 와

내미는 네 맨손이 하도 고와

퐁당 빠져들어 쿡쿡 하하

웃는 사이

 

너는 산맥처럼 일어선 내 어깨 근육을

뭉개고

거 쉼을 숨겨 돌돌 내 몸을 말아

옴짝달싹 못 하도록 욱죄고 귀골이 장대했던

나를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온데간데없고 덩굴, 너만 남았구나

 

다 내어 주고

속절없고, 한심하고, 어처구니없어

속 빈 강정처럼, 돌아온 탕아처럼, 먼데 가신

하늘이라도 되돌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네 뱃가죽이야 등가죽에 붙든지 말든지

눈길 한 번 주는 일 없는 너는

누구냐?

네가 그것이었니, 피를 말리는 꽃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5 유실물 센터 강민경 2015.07.24 335
64 겨울 홍시 강민경 2014.02.08 336
63 잘 박힌 못 성백군 2014.04.03 336
62 길 위에서, 사색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6.13 336
61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강민경 2013.10.17 337
60 어느새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30 337
59 나무 요양원 강민경 2014.01.23 339
58 반쪽 사과 강민경 2014.04.27 339
57 별 하나 받았다고 강민경 2014.12.07 339
56 그리움 강민경 2019.04.26 342
55 목백일홍-김종길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43
54 무명 꽃/성백군 하늘호수 2015.03.27 345
53 물구멍 강민경 2018.06.17 345
52 (동영상 시) 석류 - 차신재 Pomegranate -Cha SinJae, a poet (Korean and English captions 한영자막) 1 차신재 2022.06.05 346
51 화장하는 새 강민경 2016.06.18 347
50 (동영상시) 나비의 노래 A Butterfly's Song 차신재 2015.09.27 348
49 할리우드 영화 촬영소 강민경 2015.05.13 349
48 단풍 낙엽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9.07.16 351
47 바람의 필법/강민경 강민경 2015.03.15 354
46 수족관의 돌고래 강민경 2015.07.15 355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