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1 13:19

사과껍질을 벗기며

조회 수 1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사과껍질을 벗기며

                                   곽상희

사과가 뚝 떨어졌다
착취 한번 이기심 한번 탐욕 한번 휘두르지 않던
네 연약함, 이제 순수의 완성을 이루었는지

파르르, 우주 하나의 멜로디가 사과의 소리만큼
넓어졌네

내 손안에서
가만 가만 분배를 하는 들리지 않는
소리의 분자

이글 이글 타는 8월의 태양, 햇빛은 기억의 땀을 흘리고
그 날 거친 들 제 길을 찾은 사과꽃의 향기

숲과 들 골짝을 지나 온 바람의 상처
효소처럼 녹아
사과의 껍질이 내 손안에서 옷을 벗고

쓴맛도 단맛도 아닌 맛의 향기
둥그스럼한 현혹의 눈빛이다

사과, 시간마다 낯서른 향기
나, 네 천만 겹 얼굴을 탐하다니
나의 검은 손 감히 날카로운 난도질 하며
네 고독한 순수 잔인한 채로 허물다니

사과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다는
말의 중력과
거듭난다는 말은 어떻게 다를까

너는 내 안에서 녹아 지구의 혈맥을 돌고
나는 네 안에서 우주의 젖을 빠는

들꽃 아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2 빈집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16 83
421 빗물 삼킨 파도 되어-박복수 file 미주문협 2017.11.08 195
420 빗방울 물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25 69
419 빗방울에도 생각이 있어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02 111
418 빛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7.06 142
417 빛에도 사연이 강민경 2019.06.06 121
416 빛의 공연 하늘호수 2015.11.30 221
415 빛의 얼룩 하늘호수 2015.11.19 230
414 빛의 일기 강민경 2018.11.15 113
413 뽀뽀 광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31 110
412 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02 264
» 사과껍질을 벗기며 곽상희 2021.02.01 127
410 사람 잡는 폭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25 101
409 사람에게 반한 나무 강민경 2017.07.01 118
408 사랑(愛)…, 사랑(思)으로 사랑(燒)에…사랑(覺)하고….사랑(慕)한다……(1) 작은나무 2019.04.07 165
407 사랑은 그런 것이다/강민경 강민경 2018.10.14 112
406 사랑은 미완성/강민경 강민경 2018.08.29 314
405 사랑의 미로/강민경 강민경 2019.01.07 203
404 사랑의 선물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12.24 103
403 사랑의 흔적 하늘호수 2017.11.18 163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