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1 13:19

사과껍질을 벗기며

조회 수 1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사과껍질을 벗기며

                                   곽상희

사과가 뚝 떨어졌다
착취 한번 이기심 한번 탐욕 한번 휘두르지 않던
네 연약함, 이제 순수의 완성을 이루었는지

파르르, 우주 하나의 멜로디가 사과의 소리만큼
넓어졌네

내 손안에서
가만 가만 분배를 하는 들리지 않는
소리의 분자

이글 이글 타는 8월의 태양, 햇빛은 기억의 땀을 흘리고
그 날 거친 들 제 길을 찾은 사과꽃의 향기

숲과 들 골짝을 지나 온 바람의 상처
효소처럼 녹아
사과의 껍질이 내 손안에서 옷을 벗고

쓴맛도 단맛도 아닌 맛의 향기
둥그스럼한 현혹의 눈빛이다

사과, 시간마다 낯서른 향기
나, 네 천만 겹 얼굴을 탐하다니
나의 검은 손 감히 날카로운 난도질 하며
네 고독한 순수 잔인한 채로 허물다니

사과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다는
말의 중력과
거듭난다는 말은 어떻게 다를까

너는 내 안에서 녹아 지구의 혈맥을 돌고
나는 네 안에서 우주의 젖을 빠는

들꽃 아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15 시조 묵정밭 / 천숙녀 3 file 독도시인 2021.02.03 200
1614 시조 2월 엽서.1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01 190
» 사과껍질을 벗기며 곽상희 2021.02.01 152
1612 시조 등나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31 222
1611 시조 지는 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9 150
1610 시조 빨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8 213
1609 시조 등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7 183
1608 파도의 고충(苦衷)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1.27 101
1607 시조 나는 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6 154
1606 박영숙영 영상시 모음 file 박영숙영 2021.01.26 154
1605 시조 말리고 싶다, 발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5 114
1604 tears 1 young kim 2021.01.25 196
1603 시조 호롱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4 344
1602 시조 독도, 너를 떠 올리면 / 천숙녀 2 file 독도시인 2021.01.23 146
1601 나목에 핀 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1.13 164
1600 가을/ 김원각-2 泌縡 2021.01.09 143
1599 마지막 잎새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1.06 188
1598 아!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 김원각 泌縡 2021.01.01 204
1597 아내의 요리 솜씨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30 286
1596 연말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23 162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