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1 10:05

가을나무

조회 수 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을나무

정용진 시인

 

태양빛이 얇아지고

지나는 바람결이 소슬해지면

시냇가에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듯

나뭇잎들을 하나 둘 떨구면서

가을 나무가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너무 뜨겁던 날 괴로웠다.

폭풍우가 쏟아지던 밤이 힘들었다.

성숙한 과일들이

지체에서 떨어져가던 날

마음이 몹시 아팠다.

찬 서리가 내리치던 초겨울

끝내 뜨겁고 붉은 눈물을 흘렸다.

 

가을 나무는 벗은 채

신 앞에 홀로서는

단독자의 자세로

지난 삶을 심판 받는다.

내면 깊숙이 고뇌의 흔적으로

가슴 속에 둘려지는 연륜(年輪).

 

가을 나무는

알몸으로 서서 흰 눈을 기다리며

가지마다 볼록볼록

생명의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0 초록의 기억으로 강민경 2016.07.23 190
879 초록만발/유봉희 1 오연희 2015.03.15 177
878 초고속 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10 170
877 청춘은 아직도 강민경 2019.08.06 72
876 첫눈 강민경 2016.01.19 85
875 첫눈 하늘호수 2015.12.11 160
874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5.31 200
873 철새 떼처럼 강민경 2016.09.19 150
872 철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07 91
871 천진한 녀석들 1 유진왕 2021.08.03 158
870 천생연분, 주례사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2.06 125
869 천기누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9 180
868 천국 입성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7.20 108
867 천국 방언 1 유진왕 2021.07.15 149
866 천고마비 1 유진왕 2021.08.01 226
865 처음 가는 길 1 유진왕 2021.07.26 165
864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5 249
863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56
862 참회 1 유진왕 2021.07.22 53
861 찬바람의 통곡 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03 10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9 Next
/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