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7 08:43

들꽃 선생님

조회 수 2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들꽃 선생님 / 성백군

 

 

흰나비 두 마리가

데이트를 나왔나 봅니다. 연거푸

붙었다 떨어졌다

인적 드문 산속이라고는 하지만

대낮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들꽃들이 모여 앉아

코딱지만 한 빨간 꽃잎을 들썩이며

입방아를 찧습니다. 색과 향이 가관입니다

내 보기에는 질투인 듯합니다

 

그때 사 눈치챈 나비 한 마리

들꽃에 다가와

‘네 이름이 뭐니?’하고 묻는데

당황한 들꽃 나를 쳐다봅니다

당황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 체면에

모른다는 말도 못 하고 쩔쩔매는데

머뭇거리던 나비, 들꽃과 나를 번갈아 노려보다가

‘이름도 없는 하찮은 주제에’ 하며 날아가 버렸으니

보나 마나 내 뒤통수엔

들꽃들의 원망이 주렁주렁 달렸겠지요

 

미안합니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미안합니다

평생을 같이 살면서 내 속으로 낳았으면서도

아직 검색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으니……

오늘 휴일

자주 가는 야산 기슭에서

낯익은 들꽃에 당한 날 선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4 촛불민심 하늘호수 2016.12.21 175
1163 단추를 채우다가 강민경 2016.12.18 219
1162 해와 별의 사랑 이야기 하늘호수 2016.12.16 185
1161 시와 시인 강민경 2016.12.06 212
1160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차신재 2016.12.01 74923
1159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오연희 2016.11.30 288
1158 수필 아이오와에서 온 편지 채영선 2016.11.23 361
1157 수필 선물 채영선 2016.11.13 421
1156 시조 바람의 머리카락-홍성란 미주문협관리자 2016.11.02 598
1155 수필 한국어(동심의 세계)-이용우 미주문협관리자 2016.11.02 293
1154 갈잎의 잔소리 하늘호수 2016.11.01 184
1153 결실의 가을이 강민경 2016.11.01 147
1152 시끄러운 마음 소리 강민경 2016.10.28 270
1151 날마다 희망 하늘호수 2016.10.27 133
1150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2 하늘호수 2016.10.20 320
1149 물에 길을 묻다 강민경 2016.10.20 242
1148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강민경 2016.10.11 278
1147 멸치를 볶다가 하늘호수 2016.10.10 348
1146 달, 그리고 부부 하늘호수 2016.10.02 263
1145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강민경 2016.10.01 259
Board Pagination Prev 1 ...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