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었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었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문협월보  <12월의 시>작품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5 뇌는 죄가 없다 - Brain is not guilty 박성춘 2010.11.21 763
1634 그리움 이었다 강민경 2010.12.01 734
1633 나이테 한 줄 긋는 일 성백군 2010.12.10 736
1632 내 삶의 향기 박영숙영 2010.12.13 683
1631 고향고 타향 사이 강민경 2011.01.07 727
1630 낙관(落款) 성백군 2011.01.07 515
1629 새해에는 김우영 2011.01.10 531
1628 91. 한국 전북 변산반도 책마을 김우영 2011.01.12 806
1627 일본인 독서 김우영 2011.01.14 715
1626 한때 즐거움 같이 했으니 강민경 2011.01.26 549
1625 김명수 작품집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28매) 김우영 2011.02.10 784
1624 김학송 수필집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22매) 김우영 2011.02.12 883
1623 무상성(無償性)에 굴하지 않는 문학-이숭자 선생님을 추모하며 황숙진 2011.02.12 933
1622 나는 아직도 난산 중입니다 강민경 2011.02.15 570
1621 흙으로 사람을 - out of earth 박성춘 2011.03.23 582
1620 마음이란/ 박영숙영 박영숙영 2011.03.24 401
1619 옥편을 뒤적이다 박성춘 2011.03.25 462
1618 스위치 2 - Switch 2 박성춘 2011.03.26 417
1617 불청객 강민경 2011.04.20 432
1616 우리말 애용론 김우영 2011.04.20 575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