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8 00:57

강설(降雪)

조회 수 1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강설(降雪) / 성백군

 

 

허공에도 꽃이 피네요

낙화?

아니, 주의 재림입니다

 

봄 여름 가을

세상에서 핀 꽃은 겨울이면 다 사라지는데

저건 하늘에서 내려온 저승 꽃

이제 막 칼춤을 추듯 피어납니다

 

지붕 위 장독대 위

벗은 나뭇가지, 길가 말라 죽은 풀 위에

아무 곳이나 닫는 곳이면 소복소복

눈이 쌓입니다

구별 없이 천지가 온통 한 색 순백입니다

 

아이들이

집 그늘을 들추며 뛰어나오고

강아지가 그 뒤를 따라 쫄랑쫄랑 따라 다니고

나도 저들 속에 어울려져 움직이는 풍경이 되고 싶은데

살아온 세월이 길어 죄가 많아 그런지

옆구리가 시립니다

선뜻 발걸음을 내딛기가 두렵습니다

 

자욱하게 눈 내리는 먼 하늘 바라보며

단두대에 사형수처럼

내 목을 차가운 눈발에 맡겨 봅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오래도록

주의 긍휼을 기다리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1 드레스 폼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1.11.16 170
1310 시조 부딪힌 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4 170
1309 늙은 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14 170
1308 Fullerton Station 천일칠 2005.05.16 171
1307 잔설 강민경 2006.03.11 171
1306 방향 유성룡 2007.08.05 171
1305 돈다 (동시) 박성춘 2012.05.30 171
1304 진짜 촛불 강민경 2014.08.11 171
» 강설(降雪) 하늘호수 2016.03.08 171
1302 이웃 바로 세우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27 171
1301 물 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25 171
1300 시조 벽화壁畫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04 171
1299 시조 젖은 이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7 171
1298 진달래 성백군 2006.05.15 172
1297 하다못해 박성춘 2008.03.25 172
1296 소라껍질 성백군 2008.07.31 172
1295 길 잃은 새 강민경 2017.06.10 172
1294 나에게 기적은 강민경 2020.01.22 172
1293 시조 아침나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08 172
1292 시조 뜨겁게 풀무질 해주는 나래시조, 50년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14 172
Board Pagination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