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05:43

사인(死因)

조회 수 2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인(死因) / 성백군

 

 

화창한 봄날

오리가족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어미 오리가 병아리 넷을 데리고

도로를 건너갑니다

 

제가 무슨, 아무

배경도 없고 힘도 없는 날 짐승인 주제에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는 4차선 도로를

보무도 당당하게 건너갑니다

 

재발하고 소리쳐 보지만

못 알아들었는지

듣고도 날지 못하는 새끼들 때문인지

어미는 달리는 차 바퀴 밑에서 말 한마디 없이

파닥거리며 생을 마감합니다

 

허겁지겁 가던 길 되돌아

인도로 나온 병아리들

오리걸음으로 돌아보며 힐끔거리며

눈도장을 찍습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야!’

요즘 사람들은 로봇보다 못한

감정도 느낌도 없는 쇠붙이일 뿐이야.’

 

도로 위에

제 어미의 주검으로 사인(sign) 해 놓았습니다만

잠시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인(死因)은 흔적도 없이 지워질 것이고

세상은 여전히 질주할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89 죄를 보았다. 그러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08 183
1188 개인적 고통의 예술적 승화 황숙진 2007.11.02 184
1187 초월심리학과 정신이상 박성춘 2008.02.11 184
1186 혀공의 눈 강민경 2017.05.26 184
1185 산동네 비둘기 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16 184
1184 그대에게 가고 있네! / 김원각 泌縡 2020.04.16 184
1183 귀중한 것들 / 김원각 2 泌縡 2021.03.07 184
1182 안부 김사빈 2011.12.31 185
1181 가을비 성백군 2014.10.24 185
1180 황홀한 춤 하늘호수 2016.02.29 185
1179 7월의 생각 강민경 2017.07.07 185
1178 그리움 하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9.08 185
1177 외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0.04 185
1176 길 떠나는 가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08 185
1175 시조 고운 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30 185
1174 시조 몽돌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02.07 185
1173 출출하거든 건너들 오시게 1 file 유진왕 2021.07.19 185
1172 시조 깨어나라, 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8 185
1171 이스터 달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26 185
1170 해 바람 연 박성춘 2008.01.02 186
Board Pagination Prev 1 ...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