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0 19:26

멸치를 볶다가

조회 수 33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멸치를 볶다가 / 성백군

 

 

먹이 찾아

바다를 휘젓고 다니면서

파도 속에 묻혀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절벽에 부딪혀 등뼈가 부러지기도 하면서

그 작은 것이

험한 세상을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세상살이라는 게 살면 살수록

인정사정없이 모질고 험난하여 저서

작고 힘이 없다고 봐 주지는 않는 법

어부의 촘촘한 어망에 걸려

생을 마감하기까지 얼마나 헐떡거렸으면

내장엔 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은 걸까

 

프라이팬에서

다글다글 볶기며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입을 앙다문 채

입 대신 몸으로 냄새만 풍긴다

 

젓가락으로 휘젓는 나

살아있는 내가 죽은 나를 뒤치기는 것처럼

멸치를 뒤치기다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생명이 있는 동안은 힘껏 살았으니

이왕이면 좋은 맛 우려내려고 이리저리 살피며

노르스름하게 익을 마지막 때까지

정성을 다해 멸치를 볶는다.

내가 볶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51 가을묵상 성백군 2005.11.06 194
1150 낙엽 이야기 성백군 2007.03.15 194
1149 슬픈 인심 성백군 2015.01.22 194
1148 무슨 할 말을 잊었기에 강민경 2016.03.11 194
1147 풀루메리아 꽃과 나 강민경 2016.04.10 194
1146 하와이 단풍 강민경 2017.10.24 194
1145 대낮인데 별빛이 강민경 2017.12.07 194
1144 겨울 산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1.28 194
1143 시조 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08 194
1142 " 이제 알았어요 " " NOW I KNOW " young kim 2021.03.23 194
1141 내 사월은 김사빈 2006.04.04 193
1140 벼랑 끝 은혜 성백군 2013.05.14 193
1139 가슴을 이고 사는 그대여 유성룡 2008.04.28 193
1138 풍광 savinakim 2013.10.24 193
1137 시간은 내 연인 강민경 2014.09.14 193
1136 초여름 스케치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06.08 193
1135 꽃씨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30 193
1134 자유전자 II 박성춘 2007.08.25 192
1133 정의 - 상대성이런 박성춘 2007.12.17 192
1132 잠 자는 여름 file 윤혜석 2013.08.23 192
Board Pagination Prev 1 ...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