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 16:00

그 살과 피

조회 수 2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 살과 피/ 채영선 시인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첫 번째 주일

이력이 난 풀무 구덩이에서

데고 부풀어져 단단한 껍질마저

부수어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당신

 

첫 페이지 첫 음절부터

마지막 장 아멘까지

건더기 없이 녹아들어

우주를 품은 레시피로 만든 명품 덩어리

 

- 내어던진 당신의 의지

아버지 뜻대로 휘어진 아들의 모습

덩그마니 홀로 하얀 보자기 안에서

얼마나 가슴 뭉클하셨을까

 

기침도 안하고 벗겨 제치는 무례와

씻지 않은 손으로 주고받는 부끄러움에도

나란히 둘러서는 게 끔찍이도 좋아서

때마다때마다 찾아오시는 당신

 

기꺼이 내주시는 피 묻은 한 조각

뻣뻣한 목으로 끝내 삼키고 마는

그날까지 성숙하지 못할 그대와 나는

눈 감은 하늘 아래 널브러져

나팔소리만 기다리는 마른 뼈다귀들

 

 

------------

감리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 성찬식을 합니다.

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도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른 뼈다귀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 모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13 누가 너더러 1 file 유진왕 2021.08.15 74
1912 시조 코로나-19 –칠월칠석날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14 113
1911 시조 코로나 19 -예방접종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13 112
1910 동네에 불이 났소 1 file 유진왕 2021.08.12 105
1909 국수집 1 file 유진왕 2021.08.12 121
1908 시조 코로나-19 - 구월 오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12 76
1907 국수쟁이들 1 file 유진왕 2021.08.11 102
1906 4B 연필로 또박또박 1 유진왕 2021.08.11 143
1905 시조 코로나-19 - 외압外壓 속에서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11 80
1904 희망 고문 / 성백군 4 하늘호수 2021.08.10 141
1903 시조 코로나19 - 불씨 / 천숙녀 2 file 독도시인 2021.08.10 105
1902 콜퍼스 크리스티 1 유진왕 2021.08.10 80
1901 여한 없이 살자구 2 유진왕 2021.08.10 163
1900 시조 코로나19 -젖은 목숨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09 82
1899 지음 1 유진왕 2021.08.09 107
1898 이렇게 살 필요는 없지 1 유진왕 2021.08.09 141
1897 시조 코로나19-칩거蟄居중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08 87
1896 시조 코로나 19 -반갑지 않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07 186
1895 종아리 맛사지 1 유진왕 2021.08.07 123
1894 제기랄 1 유진왕 2021.08.07 143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