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5 03:17

청포도

조회 수 269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청포도
JamesAhn


내 고향에는 청포도가 없었다.

적포도 도
잘 익은 흙포도 도 없었다.

그래서 늘
청포도는 시고 텁텁한 걸로 알고 있었다.

포도가 시장에 나오는 계절이고 오고
여기 저기서 달큼한 포도 내음이
입안을 진저리치게 만들고
질질 애닯은 침이 입가로 흘러 내려도

나는 청포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어차피 너는 시(sour)그러우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Food market에 널 부러진 California 산 청포도를
한알 살짝 따서 먹어보니
그게 아니더라.

짙고 단 내음과 맛이 온 몸에 스믈 스믈 스며들어
옹골진 한 송이를 그 자리에서 다 먹게 만들더라.

내 친김에 몇 송이 더 사서 집에 오는 길에
혼자
다 먹어치웠다.

반 삶에 이제서야 확인하여 알게 되었다.

내가 몰랐어도 청포도는 혼자 그렇게
긴 세월을
짙고 단 맛으로 있어 왔다.

내가 몰랐을 뿐이다.

단지. 내가 잘 못 알고 있었을 뿐,

청포도는 늘 그렇게 거기에 있었다.

지금처럼...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75 시조 결혼기념일 結婚紀念日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1 92
1974 결혼반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5.20 379
1973 겸손 성백군 2008.04.04 145
1972 경칩(驚蟄) 하늘호수 2017.03.07 184
1971 계몽 군주와 테스 형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13 282
1970 계산대 앞에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9.19 116
1969 계절과 함께하는 동심의 세계 - 백야/최광호 동시 백야/최광호 2005.07.28 374
1968 고난 덕에 강민경 2017.01.02 121
1967 고난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1.16 102
1966 고대 시학(詩學)을 통해서 본 시의 근원적 이해 박영호 2006.12.28 881
1965 고래 풀꽃 2004.07.25 541
1964 고래잡이의 미소 유성룡 2006.03.07 224
1963 고맙다. ‘미쳤다’는 이 말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4.09 230
1962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 泌縡 김원각 泌縡 2020.05.01 109
1961 고목 속내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14 114
1960 고무풍선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22 246
1959 고백 강민경 2008.11.21 233
1958 고백 (6) 작은나무 2019.03.14 153
1957 시조 고백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08 96
1956 기타 고백(1) file 작은나무 2019.03.06 189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