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이웃사촌의 꿈 그 너머에 / 김영교
2017.01.03 21:00
이웃사촌의 꿈 그 너머에
말로만 듣고 신문에서나 보던 의료 사고였다. 의사인 옆집 쌤윤장로의 이야기다. 그것도 새해 벽두에 어느 누구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이 동네 지역 신문에도 크게 소개된 최신식 첨단장비와 테크놀러지로 새롭게 증축하여 지난 해 오픈 한 TM 병원에서 발생했으니 말이다. 아주 간단하다고 들 하는 급성맹장 수술 때문에 생긴 이 사고로 인해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놀랐다.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하던 양지 의사가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누워 수술받는 음지 환자가 되었으니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 일 같았다. 누구나 고통을 통해 영적으로 자란다고는 하지만 통과과정치고는 좀 황당한 경우였다. 수술대 위의 환자가 의식 없는 동안 윤권사와 가족친지들의 안타까움은 기도의 집을 짓고 또 지었다. 침묵의 긴 기다림이 었다.
작년 말 옆집 쌤윤장로는 34년간의 병원개업을 마무리 했다. 40년 전 군의관 최전방 군 복무 시절 하나님께 서원했던 약속 하나를 지키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가족처럼 지내는 나의 후배가 되는 윤권사도 남편의 결정에 적극 찬성하였다.
기회가 닿을 적마다 여러 해 여러 나라에 단기 의료 선교에 참여 헌신해왔고 많은 일선 경험을 쌓아 온 쌤윤 장로였다. 쓰임을 받기에 타고난 건강이 고마웠고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잠도 어디서나 잘 잤으며 해발 4천미터의 산소부족 고산에서도 잘 버텨 주었던 건강은 축복이었다. 오지 선교지에 적합한 체질로 다져갔다. 이번에는 두 내외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명성병원으로 장기 의료선교사로 꿈과 계획을 실현시키려던 참이었다. 수속도중이었고 몸과 마음이 분주 하던 바로 그 무렵에 일이 터진 것이었다.
필요한 에티오피아 비자 수속을 위한 구비서류를 준비, 3월에 출발 예정으로 다만 수속 절차상 약간 지연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다녀온 쌤윤장로는 그날 오후 갑자기 배꼽주위가 아파오며 점점 통증이 심해져 갔다. 쎔윤장로는 의사 직감 판단으로 급성맹장염임을 알았다. 주치 의사에게 연락 한 후 급히 응급실로 향했다. 맹장염은 어려운 수술이 아니니 염려 하지 말자고 가족들 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안심시켜주었다. 그날 밤 12경 진통제 주사를 맞고 다음 날 아침 7시경에 수술실로 옮겨졌다. 50대로 보이는 여자 외과의사가 다가와서 본인 소개를 했다. 이 수술은 복강경으로 실시하는 아주 간단한 수술이며 하룻밤 자고 다음 날 퇴원할 수 있다고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상하게도 환자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으며 얼굴은 창백해져 갔다. 수술 후 3-4시간 지나면서부터 수술 한 부위에 통증과 압박이 점점 심해져갔다. 피검사 헤모글로빈 수치가 11, 수술 전 헤모글로빈이 16, 심상치 않아 시카코 아들 내과의사가 날아왔다. 그 때서야 놀란 듯 곧 재수술을 위해 급히 수술실로 다시 옮겨갔다. 전신마취 후 중환자실에서 의식에서 무의식의 세계를 들락거리며 그 후 쭉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거리상 아주 오랫동안 이웃사촌이었다. 두손 모아 정성껏 하는 기도에도 우리는 이웃사촌이었다.
수술할 때 외과의사의 실수로 동맥을 건드렸다는 사실, 그 동맥을 찾기 위해 재수술을 하고 복강경으로 한 맹장염 수술 때 절단된 동맥을 찾기 위해 또 한 번의 복강경 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 수술로도 계속 새는 핏줄을 찾지 못했다. 세 번째 수술로 배를 30 cm정도 자르는 개복 수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 수술로도 찾지를 못했으니.... 그 때는 이미 너무 출혈이 심해 피 나오는 부위가 가려져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 동안 많은 수혈을 해야 했고 새벽 2시경에 외과 방사선 전문의(Interventional Radiologist)가 오른 쪽 사타구니 동맥에 카데터와 염색액 (catheter와 dye)을 넣는 수술을 통해 기적적으로 출혈 동맥을 찾아내 드디어 지혈시킬 수 있었던 것은 거의 기적이었다. 만약 이 의사가 30분만 지체 했어도 쌤윤장로 생명은 보장될 수 없었을 정도로 경각에 놓인 심각 상태였다. 초저녁부터 새벽 4시까지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섯 명의 의사 팀웍이 초긴장 상태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가 드디어 빛을 본 것이었다.
그 후 3일간 중환자실과 7일간 일반병실에서 쌤윤 장로는 통증과 싸우며 사투를 벌렸다. 산소 보조기 구강투입으로 입은 말을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혼수상태에서 육신은 고통 중에 있었지만 커다란 두 손에 쌤윤장로 영혼은 보듬어 안기어 있었다. 아름답고 밝은 비젼(vision)이었다.
쌤윤장로는 고백했다. 입원해 있을 때는 옆 병실에서 들리는 환자의 가래 끓어 숨 넘어가는 듯한 기침 신음소리와 고통 때문에 마냥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 입원실 뭇 기계 돌아가는 소음, 쑤시는 고통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경험을, 푹 잠을 잘 수 있는 집이, 가족이 있는 게 무척 고맙다고 후속담을 들려주었다. 하나님의 간섭은 쌤윤장로를 의료선교사로 파송하기 위해 필요한 확실한 검증 인증샷을 이렇게 베풀었다.
절묘한 타이밍! 선교지로 떠나기 전 확실한 검열이 필요했었나 보다. 만약 열악한 아프리카, 언어도 안 통하는 어느 낯선 부락에서 일어났다면 어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다행이 출발 전 준비하는 그 시기에 그것도 LA에서 발생했으니 쌤윤장로의 눈치코치 있는 맹장이 귀엽고 고마운 생각에 나는 그제사 안도할 수 있었다.
이 감사한 마음이 모든 불편과 고통을 유발케 한 의료사고의 원망을 물리치고 있다. 에티오피아 의료 선교 자원 봉사도 하나님 때(in His time)에 갈 수 있도록 육체적 가시를 제거시키며 기도로 더 준비케 하신 주님의 뜻을, 내 뜻과 일치하지 않을 찌라도.... 쌤윤장로를 통해 묵상하게 되었다.
나의 죄 사함을 위해 아낌없이 흘리신 예수 십자가 보혈의 의미가 나를 크게 눈뜨게 했다. 구원 계획과 복음 전파, 선교의 물줄기는 지금 이순간도 흘러 카이로스 위에 임하는, 스스로 깨닫도록 직접 체험케 한 그 의도를 쌤윤장로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축복이었다. 무엇보다도 귀한 생명을 다시 연장시켜주신 의미, 창조주의 그 계획과 섭리, 그 은혜를 감사하며 좋은 이웃을 살려낸 우리의 힘이되신 여호와 주님께 엎드려 감사했다.
흔들리는 삶의 현장에서 중환자 체험을 통해 시련과 시험, 모두가 믿음의 정금을 위해 필요한 과정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덤의 생명은 우리 모두의 감사이며 또한 쌤윤장로의 간증이 될 것을 나는 안다, 지상에 사는 남은 나의 생애 동안 쌤윤장로 같은 충성스런 이웃사촌과의 사귐을 고마워 하노라, 그리고 사랑하노라!
거의 완치에 가깝게 회복되었다. 선교지 출발이 다음 달로 다가오고 있다.
ps: 윤장로내외는 완쾌되어 에치오피아 선교지에 사역중이다 / 2017년 10월 23일 현제
댓글 2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10 | 신작수필 - 친구 남편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20 | 333 |
509 | 퇴고 시 - 백 목련 / 김영교 [4] | 김영교 | 2017.01.19 | 104 |
508 | 퇴고수필 - 그 때 그 곳은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19 | 90 |
507 | 신작수필 - 두 얼굴의 미소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19 | 75 |
506 | 신작시 - 캘리포니아 탄저린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18 | 111 |
505 | 감상문 - 언브로큰이 강추의 손짓으로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18 | 83 |
504 | 퇴고 시 - 한 가닥이 / 김영교 [4] | 김영교 | 2017.01.17 | 267 |
503 | 퇴고 시 - 잡아줄 손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17 | 91 |
502 | 신작수필 - 친구의 그날의 전화 / 김영교 | 김영교 | 2017.01.14 | 117 |
501 | 신작수필 - 레몬트리 / 김영교 | 김영교 | 2017.01.13 | 34 |
500 | 신작수필 - 그 날이 그 날이었다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13 | 66 |
499 | 퇴고시 - 파피 꽃, 아름다운 / 김영교 | 김영교 | 2017.01.10 | 182 |
498 | 신작수필 - 구부러짐에 대하여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09 | 66 |
497 | 신작시 - 쉬어가는 의자 / 김영교 | 김영교 | 2017.01.09 | 192 |
496 | 퇴고수필 - 서정의 물레방아 / 김영교 [1] | 김영교 | 2017.01.09 | 135 |
495 | 신작수필 - 댕큐, 닥터 칼라 (Dr. Color) | 김영교 | 2017.01.06 | 132 |
» | 수필 - 이웃사촌의 꿈 그 너머에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03 | 213 |
493 | 신작시 - 우엉조림 / 김영교 | 김영교 | 2017.01.03 | 47 |
492 | 수필 - UPS로 보내 온 단감 / 김영교 | 김영교 | 2017.01.03 | 55 |
491 | 신작 시 - 손님, 오늘 손님 / 김영교 [2] | 김영교 | 2017.01.01 | 83 |
이웃 관계는 인생의 의무요,
이웃 사촌은 나그네의 생명이라는 말씀이
요즘 스러져가는 전통의 미덕을 일깨웁니다.
의무를 다해 생명을 지키는 것이 노년에는 최상의 미덕인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