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29 01:58

다리위에서-신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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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운 길을 만들며 공중을 날다가
제 간 길의 흔적을 부리로 주워 담아버리는
새(鳥)의 길을 본다.

어느 때 길을 잃게 되는가.
나는 바람이 불 때... 그러는 것 같다.
몸이 가는 길은 바람이 불어도 길 잃을 일이 없다.
그런데 마음이 가는 길에 바람이 불면 길을 잃기 쉽다,
사랑에 쉬이 취하게 되니까.

다리에는 늘 바람이 불고 있다.
강은 비단처럼 빛나고 물 위에는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다리 위에 올라와 보면 신기하게도 바람이 흐르고 있다.
몸을 마구 휘젓는 그런 바람이 아니라
볼에 간지럼 피우며 귓볼을 핥고 온몸을 휘감는,
감미로운 바람이다.

다리 위에 서 보면
내 안의 그리움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밤새 잠 못 들게 만들며 물결치던 것의 정체가
작은 섬처럼 떠 있는 내 안의 그리움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강에 흐르는 님의 얼굴이 고와서...
강을 마주 바라보지 못하겠다.
눈이 길을 잃는다.

한번 건너면 영 돌아올 것 같지 않던 이별의 다리
유채꽃 향기에 젖은 밤길이 꿈결 같다.
봄이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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