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이를 위하여 /김영교
세월의 벽에
우정의 벽에
담장이는 서로 기댄다
지척에 동창이란 기댈 곳이 있어 이마 깬 적은 없다
가슴으로 마주보며 껴안으며 엉겨 붙어
남은 오후의 햇살이 마냥 따스한 50 해
이제는 등으로 기댄다.
여기 저기 잠구어진 친구들의 아침을
여는 동창회보는 환한 햇빛
기다림을 건너뛰어 들어 닥치는
소식통 잎새들 신나서 나붓낀다
바닥에 배를 대고 기어오르다가
드디어 떠오르는
고향의 교사(校舍)빨간 벽돌담 프르게 덮으며
한 밤중에 월담한 기억속의 열애
큼직한 수학의 행보는 진행 중
교복에 모자를 눌러쓰고 지문을 찍듯 포복의 여정
지금은 태평양 건너
다른 언어의 토양으로 뻗어
마음 부칠 데 있어
허공을 허우적허우적 기대를 걸고
수직의 이민벽에 이마를 찍으며 일구어 낸 코리아 타운
오후의 햇살 장엄한 그랜드 캐년 대자연 암벽에
납작
붉게
붙어있는 저 힘, 앞장서서
인생여정을 담장이 손발이 통과하고 있다
너는 나의 보이지 않는 담벼락
50년, 그리고 또 50년의
우리는 희망의 담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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