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수필 - 거울 / 김영교
2017.03.04 12:19
거울 / 김영교
게이트가 있어 안심이 되는 이 주택 단지에 이사를 오니 옆집이 아는 한국사람 집이었다. 참으로 반가웠다.
어느 날 TV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화면이 꺼지는 통에 우리 집만 탈이 났는지 살피러 밖으로 나왔다. 동네가 다 정전인가 기웃거리는데 옆집 송집사를 만났다. 송집사 내외는 청년부 우리 시어머니가 가르쳤던 성경반 학생이었다. 송집사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에는 내가 그 댁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적도 있고 해서 일만 생기면 서로 도와주는 좋은 관계의 이웃이다.
TV를 켜 작동이 되는지 알아봐 달라는 나의 부탁에 "TV가 없는데요"라고 하길래 "네?" 반문하면서 내 귀를 의심하였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TV 없이 사는 사람도 다 있구나. 'TV 부재'의 사실이 강한 충격으로 다가와 가슴을 흔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첨단을 달리는 정보화 시대에 집안에 TV없이 산다니 이런 가정도 요즘 세상에 있구나 싶었다.
TV를 보지 않는 이유는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는데 있었고 가족이란 작은 공동체의 목표를 나름대로 좋은 곳에다 둔 부모의 선택이었다. 자기희생이 따르는 선택의 열매는 단 법이다. 슬하에 남매를 둔 옆집 학부모에게는 자녀 교육이 우선 순위이고 자녀들도 잘 따라와 주어 바르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만 보면 웃으며 반갑게 인사하는 통에 귀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마당도 쓸고 쓰레기통도 치우고 부재중일 때 우리 집 신문처리를 두 남매가 번갈아 하는 것만 보아도 이웃 돕는 행동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요즘 TV 프로그램 중에는 해로운 것들도 없잖아 많지만 얼마나 교육적이며 유익한 내용들도 많은가? 놓치는 게 많지 않느냐 또 뉴스를 보지 않으면 답답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전혀 불편 없다는 대답이다. 훼밀리 룸에 있는 컴퓨터는 시간을 정해 돌아가면서 숙제하는 가족공용이라 했다. 직업이 엔지니어니깐 인터넷으로도 다 정보 수집이 가능하겠거니 혼자 짐작하며 방식이 다를 뿐 어느 부모인들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 하지 않는 부모 있을까 싶었다.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가족 팀웍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이들 젊은 부부는 맞벌이 커플이다. 자녀들의 운동경기와 학교 행사에 꼭 참여한다. 주일에는 교회, 더러는 주말 캠핑도 함께 떠나며 학교에서 가정으로, 가정에서 자연으로 자녀 교육을 연장시킨다. '함께' 그리고 '더물어' 온가족이 나누는 작은 공동체 현장체험 삶이야 말로 단란해 보인다. 특히 방학 때 하는 가족여행은 자녀들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18세 까지 미국 청소년이 살인폭행 장면을 보는 건수가 1만 6천 건이고 일주일간 TV시청 시간은 거의 20시간에 가깝다는 보고가 있다. 깨진 가정으로 인하여 TV 의존도가 높아 학업에도, 건강에도 지장이 있고 무엇보다도 정서불안이 문제라는 보고는 가슴 아픈 현실의 단면을 파헤친 생생한 기록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Children learn what they live> 란 말이 있다. 말을 바꾸면 부모는 자식들의 거울이라는 얘기다. 거울은 말로 떠들지는 않지만 때가 묻고 비뚤어져 있으면 있는 그대로 되비추어 인간을 교정시킨다. 침묵으로 하는 거울의 지적, 이보다 더 정확한 지적이 또 있을까? 그게 바로 거울의 속성이 아닌가.
지난 날이 떠올랐다. TV 프로그램 재미있는 날은 나는 채넬있는 대로 돌려 보면서 애들은 'TV보면 안된다' 또 ' 숙제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데만 목소리를 높혔던 게 생각이 났다. 부끄러워 졌다. 삶 자체가 본이 되지 않으면서 부모라는 권위로 명령 할 줄만 알았다. 엄마의 하루는 고단하니깐 Relax한다는 핑계로 TV에 매달리던 나의 어제가 가시처럼 가슴에 와 박힌다.
반듯한 거울이 되지 못한 나를 직시하게 된 이 시점, 옆집 송집사 내외를 볼 때 마다 가슴 속 회한의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나의 이 되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젊은 세대에게 정직하게 고백하며 나에게는 믿음이 돈독하신 시어머님이 계셔 어려울 때 마다 많은 도움이 되고 빈 곳을 채워주셨던 것은 여간 큰 축복이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머리로만 믿어 온 나의 신앙에 비해 기도넝쿨을 뿌리 깊게 내리신 할머니를 통하여 바로 자라준 두 아들이 무척 기특할 뿐이다. 물주고 흙을 다독이는 일은 부모의 몫이라 해도 키우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심을 깨달게 해준 실증 케이스였다.
여리고 여린 잔가지임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나무에 붙어 있기만 하면 되는 포도 나무의 비유가 감사의 산들바람이 되어 부끄러움에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준다. 잎을 다 내준 나무 가지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오늘따라 기쁨을 더해준다. 자식들은 그들의 꿈을 따라 삶의 육지로 가고 나는 젊음의 해변에서 밀려나 작은 섬에 남아 자리 매김하고 있다.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확신의 파도가 이제는 나를 씻어댄다. 참을성도 생겼고 경험도 많이 쌓았다. 줄지어 행진해 오는 손주들에게나 마음의 빚을 갚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중앙일보
*Children Learn What They Live
by Dorothy Nolte, 1972
If children live with criticism, they learn to condemn.
If children live with hostility, they learn to fight.
If children live with ridicule, they learn to be shy.
If children live with shame, they learn to feel guilty.
If children live with encouragement, they learn confidence.
If children live with tolerance, they learn to be patient.
If children live with praise, they learn to appreciate.
If children live with acceptance, they learn to love.
If children live with approval, they learn to like themselves.
If children live with honesty, they learn truthfulness.
If children live with security, they learn to have faith in themselves and others.
If children live with friendliness, they learn the world is a nice place to live.
꾸지람 속에서 자란 아이는 흉보는 것을 배우고
적대감 속에서 자란 아이는 싸우는 것을 배우며
놀림을 당하며 자란 아이는 수줍음을 배우고
무안을 당하며 자란 아이는 자기가 못났다고 배웁니다
격려받으며 자란 아이는 삶의 확신을 배우고
관용 속에서 자란 아이는 참을성을 배우며
칭찬 속에서 자란 아이는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며
꾸밀 필요없이 자란 아이는 사랑을 배웁니다
인정받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의 긍지를 배우고
정직하게 자란 아이는 진실함을 배우며
두려움없이 자란 아이는 자신과 남에 대한 신뢰를 배우고
친절함 속에서 자란 아이는 세상이 선한 것을 배웁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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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3.04 23:40
The face is a mirror of the mind.Your mind appears on your face.얼굴은 마음의 거울입니다.자기 마음이 자기 얼굴에 그대로 나타납니다.4:25-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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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3.05 00:59
나이 먹을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사려가 깊어짐에 따라 몸을 사리고 분별력이 생기는 것
또한 자연스런 현상이지요.
나 또한 사려가 깊지 못하니 ‘통박’이 안 나오고 대책 없이 무모해질때도 ?
인상이 중후하면서 지적인 자태 김 영교시인..
"https://www.youtube.com/embed/nHv5LLyyLac?ecver=1" -
강창오
2017.03.05 01:59
금빛줄님, 요즘 세상에 송집사부부같은 사람들도 있다니 놀랍지만 희망적입니다
얼마전에 네델란드에서 여행온 노인부부를 만났는데 그들이 사는곳에는 마을전체가 텔리비죤이 없다고 해서 깜짝놀랐읍니다. 네델란드가 상당이 진보된 나라인데 왜그러냐고 했더니 나보고 네델란드를 잘 몰라서 그런다며 송집사부부와 비슷한 얘기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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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3.05 07:48
미러 미러 벽에 가장 공정한 사람 그들 모두?너 말고 거울 이지..거울을 보면 낯익은 자가 나를 노려보니이는 나란 존재인지혹은 세상속 허몰인지실로 날 어지롭게 하네가만히 들려다보면내가 원하던 바의 모습이 아니니진실로 너는 무엇인데나의 탈을 쓰였는고너" 바로 세상이 말하는 "나"여태 버티기 힘들었던지난 허울의 껍질을 벗고내가 보고폼 "나" 를 찾으러눈 동자를 깊이 드리우네..이글은 청소년 말기 자아 정체성 확립에 고뇌 하던 시"https://www.youtube.com/embed/lKl6sSze9bA?ecver=1" -
Chuck
2017.03.05 08:31
Ode to joy
거울 앞에서 / 송진환
허옇게 풀려나는 시간의 실타래 보며 되감을 수 없다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아쉬워 떠나지 못해 거울 앞을 서성인다
어디 그뿐이랴 깊어진 강줄기 보라 꺾인 자리마다 설움도 따라
깊어 출렁인 그 흔적들이 주름으로 남았다
보고 다시 보며 거슬러 올라가면 환히 밝아오는 한 시대가 보인다
애틋한 마음 한 구석 거기 잠시 앉혀본다
- 2011 대구시조문학상 수상작
거기 잠시 앉혀보’는 마음이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희망보다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다. 그동안 수많은 계절을 지나온 동안
마른 가지에 잎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다. 하지만 재행무상이라. 들뜨지 않고
차츰 고요한 마음에 기대면서 자신의 참모습에 접근하는 관조의 실눈이 뜨여진 것이다.
사는 동안 되도록 세상을 아름답게 보며, 세상에 감사하는
자아의 각성을 염원하는 모습이 그려진다.(권순진)
"https://www.youtube.com/embed/GHJajQm7Ci8?ecve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