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 분실, 그 상실과 자유-'이 아침에' / 김영교 6-2-2017
2017.06.07 17:55
-스마트 바보 -
스마트 폰을 잃어버리고 바보 미아가 되었다. 바보로 직행하는 길이 이렇게 쉽고 금새일 줄은 몰랐다. 조카 결혼식 있던 서울에서였다. 같은 말을 하고 같은 글을 읽는 고향에 왔는데도 기억은 연고자 연락처 하나 떠올리지 못했다. 예식장은 강남이라는 것만 알고 강북 호탤에 있는 내가 잃어버린 셀폰에 그 주소가 있었다. 스마트 왕국에서 속도와 정보의 태평성대를 누려왔기에 의존도가 하늘을 찔렀다. 그 난감함은 수직추락 하였다. 여행 스케줄대로 일본 문학촌 방문으로 출타, 시간을 벌어 가는 숨을 쉬며 냉정을 되찾으려했다.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거꾸로 추적하는 고달픈 점검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정작 나는 나를 가둔 스마트 감옥에서 분실이라는 실수로 인해 객관시하는 국외자의 안목이 된 것은 내 인생에 보탬이 되었다. 연락처마다 호탤주소를 주며 택배 부탁했다. 휴대폰 기종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격상되더니 어느 날부터 세상을 덮고 나를 덮기 시작했다. 홀린 듯 모두 그것을 드려다 본다. 좁은 손바닥은 무한대의 스테이지, 피우는 재롱은 끝이 없다. 보고 또 보고 잠 속에서도 본다. 애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식탁에서도 본다, 더러는 화장실에서 까지.
원래 의도는 통신수단 아닌가. 그런데 다기능성 만능기계가 되었다. 그래서 스마트 속으로 병적으로 들어간다. 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경고는 오간데 없다. 요즘 전자파 걱정 하는 사람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속도만 쫒아가면서 무슨 생각들을 할까? 잠시라도 머리 쉬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스스로 사색 시간 없이, 가치관 정립 없이, 스마트에 잠식당하는 인성의 영토, 나 홀로 뿐이 되겠구나! 그리운 사람 냄새 그리고 체온, 혼자의 세계 몰입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부재가 될까 저어되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공감력 결핍이 득실대는 이착륙 공항이다. 오늘 출시한 물건이 몇 날 안가서 구식 제품이 되는 시장경제, 신제품 또 출시, 세상은 편리한 초고속 따라 잡는 운동장이다. 건강한 지상의 사람들이여, 더 스마트 해지고 싶으신가?
서울에서 스마트 폰을 잃고 아찔했던 경험은 비상수첩 하나 준비해 놓아야 한다고 가슴에 새기듯 말했다. 교훈이었다. 좌우상하 잘 살피지 못한 실수를 시차나 과로 탓에만 돌리지는 않겠다. 낭패를 당하고 나서 얻은 생활감정적 유익함은 심장 하나 움켜쥐고는 외우는 연락처 한 두 개쯤은 필수 기본이라는 상식이었다. 여권이나 운전면허 한 구석에 비상번호 적어 비축해 놓아야 이제는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일상의 바쁜 손이 스마트 폰없이 겪은 편안한 쉼과 자유스러움은 상실이 안겨다 준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일본서 돌아오니 내 스마트폰이 먼저 도착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택배 시스템이야 말로 참으로 놀라운 세계 최고속 배달 운송임이 자랑스러웠다.
6월 2일 금요일 중앙일보 <이 아침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