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 나루터와 나룻배 - 김영교
2017.07.14 19:48
나루터와 나룻배 - 김영교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나루터
나룻배도 많고 배 타는사람도 많다
뒤돌아보면
정든 만남이 구름을 타고 강을 건너는 때
아직 봄인가
나룻배는 알고 있다, 가고 오는 왕래를 본 사람
아무도 없는 것을
해질 녘 물살이 더 빠르다
때가 되어 강 언덕 기슭에 닿으면
돌아는 봐도 돌아갈 수 없는 외길
여러 번 강을 오가는 물길을 사는 배는 안다
단 한 번만 가는 사람의 길
너와 나의 길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兩水里)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 물과 강원도 금대봉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
여행가이드 정 선생이 들려준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이다.)
***
그 부부는 어디가든 손을 붙잡고 다녔습니다.
보기만 해도 참 좋았죠.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시건만 서로 지긋지긋하게 여기지 않고
진정으로 다정다감하시니 놀라울 뿐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모습을 계속 접하면서
좀 지나치신 게 아닐까, 라는 느낌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 물어봤습니다.
노부부가 똑 같이 "아, 예" 하시며 "허허" 웃으셨습니다.
그러시다가 남편이 입을 여셨고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손만 붙잡고 다니는 것이 아닌데요."
"네에?"
"하하하, 사랑을 표시하는 거랍니다."
의아한 표정을 짓자 말씀을 계속 하셨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다니다가
제가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여
아내의 손에다 '꼭 꼭 꼭' 하고 세 번 누르곤 합니다.
'꼭 꼭' 하고 제 손에다 두 번 눌러주곤 한답니다.
아내가 먼저 제게 '꼭꼭꼭' 할 때도 있어요.
저도 즉시 '꼭꼭' 하고 반응하죠.
'꼭꼭'은 '나두'라는 표시입니다.
우리는 서로 손만 잡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주 '꼭꼭꼭', '꼭꼭'을 한답니다.
따라 하는 거랍니다.
이웃에 우리보다 더 나이 많으신 노부부가 살고 계셨습니다.
마치 젊은 연인처럼 손을 꼭 붙잡고 다니셨답니다.
이제 부인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산송장일 뿐이었습니다.
호흡만 붙어 있을 뿐이지 말을 하나 움직이기를 하나
죽을 날만 손꼽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즉시 아내 손을 붙잡아 주었습니다.
또한 전에 하던 대로 엄지손가락을 펴서
'꼭 꼭 꼭' - '사 랑 해' 하고 따박따박 세 번 눌러주었습니다.
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아내의 엄지손가락이 서서히 움직거렸습니다.
그때부터 남편은 아내 곁에서 손을 붙잡고 계속해서 '꼭꼭꼭' 했고
아내 역시 '꼭꼭' 하고 화답했습니다.
게다가 아내의 손에 힘이 점점 더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참 기뻤습니다.
얼마 후에는 놀랍게 아내의 의식도 돌아왔습니다.
'꼭꼭꼭', '꼭꼭' - '사랑해', '나두'가
스파크를 계속 일으켜서 생명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게 한 것이었습니다.
사랑이 죽어가던 생명을 구해낸 것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도 작정을 하고 손을 서로 붙잡고 다니면서
'꼭꼭꼭', '꼭꼭' - '사랑해','나두'를 실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말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다음과 같이 권유했습니다.
"당신도 아내와 함께 해 보시겠습니까?"
"'꼭 꼭 꼭', '꼭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