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 바튼 기침소리 - 김영교
2017.10.18 15:10
수필 창작 바튼 기침소리 - 김영교
조용한 주택가다. 이곳에 친구 지나의 집이 있다. 사우스 베이 (South Bay)가디나 문화원을 끼고 북쪽으로 몇 불럭만 가면 된다. 푸르메니아가 색깔별로 피어있는 남향이다. 창작교실에서 늘 만나다가 처음 방문했을 때다. 주차장 페이브멘트가 방금 물로 씻은 듯이 무척 깨끗했다, 짐작이나 했겠는가! 잘 정돈된 넓은 텃밭이 뒤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을 줄을...선인장도 과실수도 많이 있어 아름다운 정원이 크기나 과실수 종류로나 손색없는 미니 과수원이었다. 그 아래 보라색 도라지 꽃밭이 내 시선을 끌었다.
한가위 대보름이었다. 그날 나는 도라지나물을 그 친구로 부터 반찬선물로 받았다. 애지중지 키웠을 뒤뜰 무공해 채소들이 눈앞에 다가왔다. 친구의 가족 같은 도라지가 정情이란 징검다리를 건너 우리 밥상에 까지 원정 왔다. 텃밭이 키운 빨갛게 익은 햇대추도 단감도 합류했던 가을 명절이었다.
친구를 생각한다. 보통 성의가 아니다. 잘 싼 그릇을 조심스레 풀었다. 한방의 약초 같은
향기가 그윽했다. 자식 키우듯 정성스레 키우는 도라지밭 농사 얘기를 자주 듣곤 했기에 보라색 도라지꽃이며 허리 꾸부린 도라지 대궁을 알고 있는 터라 도라지는 낯설지가 않았다. 수도국과 절수약속도 있으니 친구는 물 아껴가며 정성스레 키웠을 것이다. 뒤뜰로 가 매일 들여다보며 즐기던 친구의 수확의 기쁨을 가늠해 본다. 나누어 줄 상대를 생각하며 도라지나물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 때 기쁨은 오로지 친구 몫이다. 친구는 나누어 주기를 좋아한다. 배품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다. 흙을 만지며 한 뿌리 두 뿌리 조심스레 캐서 껍질 벗겨 씻고 찢고 다듬었을 친구 손끝을 생각한다. 양념 골고루 베도록 도라지 속살을 주무르며 무침 나물을 정성껏 만들었을 친구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 몰두의 시간과 성의를 생각하자 내 주위가 온통 아랫목이 되었다.
도라지 꽃밭
도라지 꽃밭은 할머니의 손자일까
보라색 꽃망울이 탁 터지면
하늘이 물든다.
어느새
바람에
나부끼는 도라지 꽃대는 할머니 허리
에지중지 여름날을 만지며
늦가을 모종은 새 터전 마련
손자는 알지, 그러니까
또
왜 할머니 손가락이 도라지 뿌리는 닮았는지를...
친구는 시를 쓴다. 도라지를 키우며 마음의 시전詩田에서도 도라지를 키운다. 도라지를 보고 쓴 시를 나는 가슴으로 읽는다.
생도라지 무침이 상위에 오른 나물 중 으뜸 싱싱하다. 시래기 표고버섯 오곡밥과 더불어 명절을 빛내주었다. 이삼일동안 남은 나물반찬으로 상차리기는 쉬웠다. 이상하게 이삼일 째 남편은 얕은 목기침을 해왔다. 목이 가렵고 뭐가 걸린 듯 캭캭 목을 긁어내는 소리를 냈다. 명절이 지난 후 남편의 목이 많이 나은 듯 여겨졌다. 기침소리와 가래까지도 가라앉은 감이 왔다. 상큼한 식초 맛의 친구 도라지나물이 약효를 발휘한 게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생도라지가 기관지염이나 천식, 편두선 계통 목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남편 목이 효과를 보암직했을 상 싶었기 때문이다.
보통 도라지는 3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나물로만 여겨지던 도라지를 약재로 개발해서 질병을 퇴치한 선조들은 참으로 지혜롭기 그지없다. 검색해보니 이십년 이상 되는 도라지를 장생 도라지라 하여 건강식 보양식으로 자리매김 해왔단다. 도라지 시장이 웰리빙과 맞물려 인기 상승하다보니 도라지를 이용해서 생약제와 농축액, 한방차에서부터 목캔디등 다양한 건강식품 생산이 질병퇴치 및 통증 완하용 상품화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오래된 도라지는 산삼보다 낫다는 옛말이 있다.
이렇듯 친구는 이 모든 도라지 효험을 이미 알고 집에다 몇 년 째 도라지 밭을 기경해온 것이다. 민간요법도 족집게가 되는 때가 많다. 내 경험으로는 숯가루를 복용하는데 백발백중 그 효험을 체험한다. 암으로 위장이 잘려나간 나는 토하기를 잘한다. 배 아리를 한다. 이런 나에게 숯가루는 없어서는 안 되는 비상약이다.
확실히 남편의 목기침이 많이 가라앉았다. 친구의 도라지사랑이 건너와 남편의 목기침을 달래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나보다. 날이 밝으면 친구에게 이 소식을 얼른 알릴 참이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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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10.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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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10.20 05:56
척척박사님:
첫손녀에게 준 첫번째 선물이 뮤직 박스(Music Box) 보물상자.
Tune은 Music Box Dancer였습니다.
금년 보스톡 대학으로 떠난 18세 손녀 오도리 얘깁니다.
곡이 넘넘 좋고 귀에 읶고, 추억이 담긴 옛정 옛날, 떠오릅니다. 그 Jewelry box를
열면 세상이 열리지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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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10.20 05:04
내가 읽은시
가을의 소원 /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를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感----잠자리처럼 임종이라니!
거미줄에 걸려 거미에게 먹히는 잠자리를 보았다.
어릴 적에는 잠자리를 잡아서 닭장 안에 던져넣곤 했는데...
그러고보니 더 이상 풀이 자라지 않는다.
곁가지부터 풀이 시들해지기 시작하고
공방 앞 들엔 나락이 익어간다.
콩잎이 말라간다. 주말에는 땅콩을 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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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10.20 06:10
척척 박사님: 불길로 안쓰럽던 가슴
안도현 시인의 시를 감상해 좋고
가을의 노래 들어 좋고
가을 정취에 날 푹 빠뜨리는 군요.
어젯 저녁, '국화옆에서의 밤'이 있었습니다.
멀리 있는 Stevens Steak & Seafood House
헤모그로빈이 모자라는 나는 늘 스테이크를 먹으라는 의사충고를 듣습니다.
적혈수 수치가 올라갔겠지요?
어제 억지로가 아니고 분위기 있게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서정주 시인을 가까이 모시고 말입니다.
시를 나누기위해 모인 무리들-
내 인생의 가을 마당에
살뜰알뜰한 이런 풍경들이 아름답습니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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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10.21 07:14
빈말이라도 당신하는 모든말
가슴치며 믿고 싶어요
거짓이라도 그렇지 않아도
사무치게 그리울테니~~
Stay tune,
Perfect ,Beautiful Dancer ,for this song Breathtak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