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 - 지금도 들려오는 그대 음성 / 김영교
2017.12.10 06:32
세모의 12월이다. 시집을 펼쳤다. 시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 주변에 탱탱하게 서있던 사람 나무들, 암세포의 집단 공격을 받은 후 먼저 떨어져 간 문우들이 그리움으로 가슴을 헤집고 들어온다. 훈 시인의 남긴 목소리 젊고 싱싱한데 어디서 덥석 손잡고 미소를 건낼 수 있을까.
지난 번 출국하던 날 비행장이었다. 옥천시인이 훈 시인의 사망소식을 전해왔다. 얼얼하게 가슴이 아프게 저며왔다. 그 때 폐암진단이 내려지고 중보기도에 함께 손잡은 적이 많았다. 악화되어 파사디나 병원에서 폐암수술 받던 날에는 아침부터 몇몇 문우들이 대기실에서 하루종일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초조함으로 이른 마침부터 하루종일 모두가 굶어 시장끼가 극심했는데도 수술 성공만. 아랑곳 없이 기다림의 연속, 그날 일이 어제만 같았다.
66회 키모를 받고 암보다 폐가 너무 쪼그라들어서 딱딱해졌다고. 호흡도 힘들고 산소가 지극히 부족해서 심장에도 무리가 있었다는 그간 상황이 파악되었다. 가깝게 지내던 문우 영라부부의 지속적인 우정으로 ‘종소리 저편으로’ 첫 시집 유고출판이 가능했을 때 모두 기뻤고 눈물까지 글성여졌다. 서울서 만난 박덕규 교수의 전언이었다. 서울행으로 고별식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던 나의 아쉬움은 무척 컸다. 훈 시인은 거듭남의 체험이 있었던 믿음이 돈독한 형제다. 천국입성을 의심치 않는다. 안식을 빌면서 유가족에게 위로를 바친다. 그 때 내가 혼자 병원 방문 했을 때 찬송가를 같이 부르고 고교생 아들과 예쁜 부인이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그 때 함께한 담임목사의 병상 설교와 찬송가를 경청하던 시인의 평화스런 표정이 내 기억속에 선명하게 남아 지금도 자주 떠 올리게 된다.
땅 위에서 뻗어가던 온갖 인연을 잠간 멈추고 그 젊은 시인은 본향으로 돌아갔다. 시작과 끝이 동시에 주어진 우리 인간의 수명, 누구나 다 가는 그 길을 아주 많이 앞섰다는 사실, 그것도 고통을 동반한 게 속상했다. 전과자인 내가 항암 면역세포 촉진제 T-green을 선물했을 때 조속한 쾌유를 빌며 힘내라는 누나같은 내 말을 미소로 화답해준 그 병상에서의 얼굴, 그 기억 너무 생생하다.
죽음은 엄청난 가시적인 상실이다. 죽음은 소중한 관계에서 주고받는 사랑의 손 뻗음을 일단 멈추는 사건이다. 격리의 사건이다. 흙 위를 걷는 움직임과 흙 아래 눕는 정지 상태로 말이다. ‘진토임을 알지니...’ 흙으로 돌아가는 귀의, 창조주와의 연합을 믿기 때문에 손 놓음이 가능하고 두려움이 없을 수 있었다. 슬픔이 일렁이는 사람 숲에서 끝까지 그 젊은 시인이 믿고 바쳤던 시와 사랑, 배품과 나눔의 계단, 하나하나 순종을 밟고 천국 문턱에 닿은 시인이였음을 우리는 안다.
칫과 의사인 그는 치과를 사역지로 삼았다. 말씀 불모지에 살아온 환자들은 하늘나라 확장에 홍해사건이었다. 가난한 문우들을 봉사치료한 의사인 그의 발길을 엄숙한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체온 있는 자들이 배웅하는 가운데 하늘의 그 큰 손이 그 아들을 덥석 받아 안았을 확신은 슬픔 너머의 위로이다. 뒤 따라 가고 있는 남은 자들의 끝없는 긴 행렬을 그는 지금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종소리 이편으로 시집을 남겨주어 그를 추모하며 흠뻑 그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어 고맙다. 보고 싶을 때 시집을 들춰보면서 지금도 울리는 맑은 종소리에 젖어든다.
2017년 12월 10일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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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12.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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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12.10 11:08
한 해를 마감하는 섣달그믐이 가까이 오면 늘 들려오는 노래. 새해를 맞이하는 ‘New Year’s Eve Song’으로
알려져 있는 ‘Auld Lang Syne’(올드 랭 사인 또는 올드 랭 자인). 이 노래는 지금의 애국가가 불리기 전에
한동안 우리나라의 애국가로 불리기도 하였기에 우리에겐 그 의미가 각별하기도 하다.
이 노래는 ‘작별’, ‘석별의 정’이라는 제목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드 랭 자인은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민요로 로버트 번스(Robert Burns)가 곡을 채보하고 노랫말을 붙였는데, 악보는 그가 사망한 후인 1796년에 발표되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번스는 시인이자 작곡가이면서 세금 징수원이었는데 37세에 요절하였다.
스코틀랜드 언어인 ‘Auld Lang Syne’을 영어로 직역하면 ‘Old long since’가 된다. 뜻으로는 ‘Times long gone’ 또는 ‘Times gone by’, ‘지나간 시절’ 정도로 번역된다. 스코틀랜드에서 ‘syne’은 현대 영어의 ‘sign’[sain]과 동일한 발음이라 하며 ‘zine’[zaIn]은 원 발음이 아니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syne’을 ‘자인’으로 발음하고 있어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이 노래를 섣달그믐 저녁(New Year's Eve)에 부르는 것은 원래 스코틀랜드의 풍습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노래는 세계 도처로 이민을 떠난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노래의 곡조는 잘 알고 있고 또 노래의 앞 구절의 가사는 기억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인이나 영국인들조차도 노랫말을 다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노랫말이 영어와는 다른 스코틀랜드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올드 랭 자인’은 새해맞이를 위해 섣달그믐 저녁에 많이 불리는 노래이지만, 나라에 따라서는 졸업식에서나 장례식에서 또는 업무의 종료를 알리는 곡으로 불리거나 연주되고 있기도 하다.
가사 내용 보기,
Auld Lang Syne (Times Long Gone)_Transcribed and words by Robert Burns(1796)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오랜 친구들이 잊혀지려나?
And never brought to mind? 다신 생각나지 않으려나?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오랜 친구들이 잊혀지려나!
And days o’ lang syne! 함께 지낸 지난날도 잊혀지려나!
For auld lang syne, my dear 오랜 동안 함께 한, 내 친구여
For auld lang syne, 지난날을 위해
We’ll take a cup o’ kindness yet 아직 여전한 우정의 잔을 드세
For auld lang syne! (Refrain - Chorus) 지난날을 위해! (후렴-코러스)
We twa hae run about the braes, 우리 둘은 언덕길을 달렸지
And pu’d the gowans fine, 그리곤 예쁜 데이지 꽃을 뽑았지
But we’ve wander’d mony a weary foot 하지만 우린 발이 피곤하도록 방황했지
Sin’ auld lang syne. 오래전부터
We twa hae paidl’t in the burn 우리 둘은 강에서 뱃놀이를 했지
Frae morning sun till dine, 아침부터 저녁까지
But seas between us braid hae roar’d 하지만 우리 사이에 놓인 바다가 포효했었지
Sin’ auld lang syne. 오래전부터
And there’s a hand, my trusty fiere, 자, 손을 내밈세, 내 진정한 친구여
And gie’s a hand o’ thine, 이제 자네 손을 내게 내밀게
And we’ll take a right guid willie-waught 이제 우리 우정의 술잔을 드세
For auld lang syne! 지난날을 위해!
And surely ye’ll be your pint’ stoup, 물론 네가 마신 술값은 네가 내고
And surely I’ll be mine! 내가 마신 술값은 내가 내는 거고!
And we’ll take a cup o’ kindness yet 아직 여전한 우리 우정의 잔을 드세
For auld lang syne! 지난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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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12.10 16:09
척척박사님
해 넘기기 전에 기척 감사.
해인수녀시인과 Auld Lang Syne’,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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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12.10 11:29
Stay 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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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12.11 05:22
인연 - 김철민
나를 기억하는 사람나를 잊은 사람내가 잊은 사람내게 다가온 사람나를 떠난 사람내가 보낸 사람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너무 많은 이별들을 만들고또 그리워 하고내가 사랑한 사람나를 사랑한 사람내가 사랑할 사람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너무 많은 이별들을 만들고또 그리워 하고 ~~ -
김영교
2017.12.11 17:42
척척박사님:
김철민-인연,
좋군요. 댓글의 장인 -무진장의 보고(寶庫)!
제 기호는 클라식쪽으로 약간 기우러져서요.
감사
발길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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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12.24 10:41
Merry Xmas & Happy New Year to You & Your Family Too,
Joy to The World - Anselmo's Way of Xmas Story
http://www.youtube.com/watch?v=ndhr1DZ6zBc
Joy to The World - according to Anselmo's eyes & ears
http://www.youtube.com/watch?v=Wa2vzx-aNrw
Joy to The World - Hallelujah (Praise the Lord}
http://www.youtube.com/watch?v=bFAEadtbZlQ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담아 걸었던
한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나를 용서 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섞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 할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 하렵니다
'가라''옛날이여'
'오라''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