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수필 - 두 얼굴의 미소 / 김영교
2017.01.19 07:44
두 얼굴의 미소 - 김영교
어두움의 한 복판에는 정작 어두움은 비어있다. 캄캄한 밤 혼자 잠에서 눈을 떴을 때 깊숙한 적요 가운데 지극한 편안함을 경험 할 때가 있다. 점점 눈은 어두움에 익숙해지고 어두움 안에서는 어두움 한 색깔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이 가 닿는 곳이 이미 하늘이다. 땅에서 올려 진다.
어두움에는 껴안음이 있다. 그 껴안음 속에는 쉼이 있어 쌓인 긴장을 벗긴다. 안식의 옷을 입혀주는 그래서 편안한 포대기 품이 되기도 한다. 어두움에는 평등함이 있다. 모든 존재의 높이, 깊이, 넓이의 차이를 넘어서 어두움 하나로 묶어 우주의 광활한 품 하나에 안기게 한다.
속도 세상을 사는 현대인은 세상 물정에 똑똑함이 지나쳐 되려 어둡다. 도시의 현란한 불빛이 취하게 만들고 눈멀게 해 방황한다. 친구 하나는 너무 숫자에 밝아 주식이 곤두박질 어둠에 가라앉았다. 밝은 무대 위에서 잘 나가는 줄만 알았다. 어두움 자체는 무서운 게 아니어서 통과 과정에 자신을 저항 없이 맡겼다. 의미를 끌어 내볼 만한 지점에서 바닥을 치고 부상당했다.
어두움이란 때론 사망이나 죄악, 추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실족하기 쉬운 일은 어두움을 잘못 해석한 사고의 틀에 인간 스스로를 옭아매는 점이다. 습관성 고정관념일 때도 많다. 불빛이란 자만에서 스스로의 꾀에 무너지기도 한다. 어두움의 세력이 판을 치는 감옥에 스스로를 방치, 그렇게 가두고 살아가는 삶, 무섭지만 있다.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한 쪽 얼굴만 내밀고 있는 무척 안타까운 풍속도도 가깝게 있다.
밝은 세상만 미를 들춰낼까. 어두움에는 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태초의 공허한 흑암이 빛을 잉태했기 때문이다. 기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경건함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눈을 감는 행위는 어두움에의 직행이다. 어두움은 빛의 실체를 가장 확실하게 나타내 주는 힘이 된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면 그 가치를 사랑하게 되고 그 안에서 내 자신의 성장이 가능해진다.
하루가 밤과 낮, 인생이 생과 멸의 두 바퀴라면 밤과 낮의 길목에 잠시 멎었다고 해서 같은 시간 분량과 길이를 싫다 배척하겠는가. 잠자는 밤과 활동하는 삶 전체를 껴안고 보면 이 세상은 온통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그리고 고마운 것들로 넘실댄다는 사실이다.
그늘은 어두움 쪽에 속한다. 진땀이 나 괴로울 정도로 인생의 날씨가 몹시 더울 때 그늘을 선호하게 된다. 왜냐하면 체온이 먼저 알고 쾌적함을 찾아가도록 방향제시를 하기 때문이다. 제게 소중한 분이 각막이식 수술 후 시력회복과 상실을 거듭하면서 5번의 수술 거부반응을 거쳐 이제 서늘한 곳에 머물고 있다. 시력 장애는 어두움이다. 눈이란 인식의 창을 통하여 빛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 상실의 불편함이다. 생의 한가운데서 만난 여려 겹의 어두운 날들이 그분의 영혼을 맑게 헹구어 내고 있다. 젊어서가 아니고 인생 후반부에서 어차피 늙어지면 못 보게 되는 그 기능을 오히려 고맙게 여기고 있다.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위로가 오히려 돼주고 있다. 용기 있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마음그릇을 엿보게 되어 고맙게 여긴다.
문득 어두움은 ‘감사 콩 같다’란 생각이 든다. 어두운 곳에서 물을 주면 <콩나물>이 되고 햇빛을 주면 <콩나무>가 되듯이 말이다. 이래도 감사, 저래도 감사, 둘 다 생명이기에 콩은 소중한 존재가치를 지니게 된다. 콩 나무가 안 되었다고 콩은 불평하지 않는다. 콩 나물이 되었다고 뽐내지도 안는다. 감사의 척도는 주어진 생명 안에서 제 갈 길을 최선으로 순응해 가는 것이다. 그 길을 갈 줄 밖에 모르는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람도 다를 바 없음을 깨닫게 된다.
너무 밝은 세상은 사람을 그냥 두지 않는다. 바삐 움직이게 해 쉼을 앗아간다. 휴식이 없는 삶, 산만한 마음일 때가 많다. 저 윗분과의 이루어지는 영적 교제는 고요하고 어두울수록 선명하여 집중을 불러온다. 인격적인 아룀은 효과적인 독대의 분위기를 심화시킨다. 의미 있는 다가감이다. 삶의 밤바다에서 우리는 매순간 위기의 파도에 부딪히며 난파되고 있다.
어두움도 삶이다. 어두움마저 사랑의 대상인 인간을 위해 지극한 애정으로 손수 만든 것일 진데 선하고 아름답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몽땅 껴안을 때 상실된 기본 관계가 회복되며 생명의 장(場)에 확실하게 들어가게 된다. 환하고 밝은 대낮은 캄캄하고 추운 밤이 있을 때만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이치를 이제야 깨닫게 된다. 어두운 밤은 밝은 낮의 다른 얼굴이다. 미소 짓는 때가 다를 뿐이다.
1-19-2017 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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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일은 서로 축하해 주고 슬픈 일은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해주며 보듬어 주는
진실한 벗이 되기를 소망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