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시 - 꿈꾸는 빈 통 / 김영교 2-2-2017

2017.02.20 07:32

kimyoungkyo 조회 수:416

밤마다 꿈꾸는 빈 통/시집

2006.01.31 19:23

김영교조회 수:525 추천:114

나에게는 소중한 통 두개가 있었다. 
밥통과 젖통 
나는 <밥통>을 살아남기 위해 암(癌)씨에게 고스란히 내주었다. 
가슴이 풍만하지 않아도 젖이 잘 돌아 시어머니 앞에서도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곤 했다.
“아들 둘 건강한 게 다 에미 덕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시어머니 목소리 

지금 나의 밥통은 없어지고 가라앉은 젖통이 부끄럽지 않다 
둘 다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무척 귀하다 

어느 날 퇴근길의 손아래 시인 친구에게 손수 만든 밑반찬 좀 싸느라 부엌을 둘러보았다.
빈통 찾느라 구석에 놓여있는 김치통과 반찬 통을 지나 
세상 통들을 살펴봤다
 
냄새나고 더러운 쓰레기만 받아 담는 쓰레기통과 휴지통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채곡채곡 받아 품는 우체통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언젠가는 내용물이 채워지리라
그 누군가의 바램, 그 크기만큼 요긴하게 쓰일 기다림의 빈 통들... 
밤마다 나는 꿈을 꾼다. 

너 그리고 나, 우리의 질펀한 탐욕 찌꺼기 말짱하게 
비우고 흔들어 쏟고 씻어 낸 
빈 통의 꿈을 그리고
사랑의 기척 질펀한 빈 통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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