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맨 아래에서 - 김영교

    

쉴 때도 마주보고

평생 앞서고 뒤서면서 바깥세상 거들떠보지 않는 너

늘 짝이 있어 자족하는 성품인지라

신분상승의 유혹에도 제 갈길 만 간다

 

기특한 것은

짓누르는 무게에도

냄새나는 몸의 최 하단 컴컴한 데 있어도

불평 하나 없다

 

맨살이 밀착해서 애무하면

좋아서

세상 지고의 편안함을 도리어 베푸는 너

 

때론 땀에 밴 섬유질 깊숙이

바닥이 수줍게 너를 부비면

황송한 듯 아주 편케 감싸는 맨살 여정

 

세상 답답하고 힘들어도 발길질도 않고

다시 함께 떠나는

부부는 아닌데 부부 같은

온몸의 무게를 밑바닥에서 혼자 감당하는

더 없이 좋은 이웃, 아래동네 지킴이여

 

오른쪽 왼쪽 한 켤레는 절대 맨발의 결례 허락지 않아

앞서고 뒤서고 위 아래

발바닥에 내리는 평등한 기회의 삶

 

침묵으로 감내하는 온 몸의 버팀목

그 균등한 의식의 힘

매일 아침 솟는 해가 고맙지

표현이 늦을 뿐

 

1/27/2017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 중앙일보 -이 아침에- 덧버선 같은 사람 - 3/6/2017 김영교 2017.03.06 180
109 보쌈김치의 창문 [3] 김영교 2018.03.21 179
108 시 창작 - 새해 그림 / 김영교 12/26/2017 [6] 김영교 2017.12.26 178
107 퇴고수필 - 거울 / 김영교 [5] kimyoungkyo 2017.03.04 178
106 시창작 -단잠 / 김영교 아침향기 2017년 4월호 [5] 김영교 2017.03.28 177
105 퇴고시 - 파피 꽃, 아름다운 / 김영교 김영교 2017.01.10 176
104 수필 창작 - 지금도 들려오는 그대 음성 / 김영교 [7] 김영교 2017.12.10 175
103 신작시 - 윌슨(Wilson) 공원 / 김영교 [2] 김영교 2017.05.13 175
102 신작시 -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 김영교 [10] kimyoungkyo 2017.02.24 165
101 이 아침에 - 내 시가 찬양곡이 되어 / 김영교 kimyoungkyo 2018.07.26 162
100 시 창작 - 사랑한다 더욱, 해질녁에 / 김영교 김영교 2017.11.11 161
99 중앙일보 - 흐르는 물이 흐르지 않을 때 - 김영교 [2] 김영교 2017.12.03 160
» 신작시 - 양말, 맨 아래에서 / 김영교 [5] 김영교 2017.01.29 157
97 수필 - LAX 공항에서 / 김영교 4-16- 2017 [7] 김영교 2017.04.16 148
96 시 창작 - 흔들 의자 / 김영교 [2] 김영교 2019.03.11 144
95 창작 시 - 가을 풍경 / 김영교 김영교 2017.11.28 144
94 퇴고수필 - 또 하나의 작은 소요(小搖) [4] 김영교 2017.01.30 143
93 시 창작- 단풍 - 김영교 김영교 2019.10.09 142
92 신작시 - 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4] kimyoungkyo 2017.03.02 142
91 수필창작 - 자국 / 김영교 김영교 2019.05.27 141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8
전체:
648,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