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발도 없이 앞장서서
흔드는 너의 손짓에
항상 취하는 나
잡을 수도 볼 수 없는
수 십 년이 지난 동거
오늘
너의 실존에 비틀 거린다
꼭 껴안고 물기를 털어준다
갓 감은 손녀의 윤기 도는 머리
레몬 숲이 일렁인다
과수원을 돌아 아랫마을로 가는 바람
그 높은 곳을 지나
정면에 놓인 작은 초인종
누르기만 하면
통로를 따라
지하실에서도 달려 나와
반가워
집안 전체가 벌렁 거린다
동네 어구 길목마다
모양도 형체도 없이 가득하기만 한
너울
잠들어 있는 나의 호흡을
고르게 깨우는 방향(芳香)
길을 잃지 않는 행보가 나를 미치게 한다
흐르기 시작하면
길게 누운 마을의 관절이, 마디가,
근육마저 움직이며 일어나
깊은 산 계곡을
뒤도 안돌아 보고 줄지어 넘어간다
너 안에 내가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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