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시( 獻詩 ) - 그 곳을 향하여 친구는 / 김영교
2017.11.02 15:40
바다와 열애를 한 친구
대리석 집에서 남편 몰래
바다를 마시고 바다를 읽고 바다와 놀았다
노을이 푸짐한 저녁 식탁에서 행복 마시며
입맛 맞게 별들도 초대 해
안주인은 늘 배부르게 이야기를 먹었다
바다를 베고 잠이 들라치면
그 넓은 태평양은 달빛아래 황홀한 홑이불이었다.
햇빛 물러간
놀라운 다섯 달의 외로운 투병기간, 어인 일인가
바람 높아
저 밤바다는 뒤척이는 안주인의 불면이 안타까워
각혈하듯 신음 파도 마구 토해냈다
친구가 신발을 벗고 장막을 떠날 때
바다는 바로 눈 밑에
생명이 지던 그날은 만져질듯 부드러운 햇볕마저 데리고 왔다
수 백의 흰 장미 꽃잎에 가볍게 누워
한줌의 가루로 산화된 친구
드디어 바다는 품에 안았다
맑은 영혼은 이 세상을 지나갔다
계속 보내오는 안착신호
그 곳을 향하여 심장 하나가
눈물을 걷우고 있다
*친구 금옥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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