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를 심는다 / 김영교
2011.03.17 10:27
어느 날 부터인가
하늘이 색깔을 잃으면서
세상은 비틀거린다
공기는 쿨럭이며 기침을 해댄다
주저앉는산자락마다
들어서는 고층건물
도시 치마폭은 펄럭
방향 잃은 수로와 차단된 햇볕
도시의 비만은 사람 숨통을 조여간다
나이테 베어지며 눕는 숫한 나무양심
가지 마다에
상복 입은 새들의 피울음
바람이 되어 숲을 흔들다
전파는 미래를 향해
위대한 업적을 점 찍고
사이버 길을 넓히며
속도는 가시거리를 넘어 한없이 간다
굴을 파듯 뚫고 뚫으며
첫 설계에서 너무 많이 와 버린 지금
땅은 누울 곳을 잃어버리고
깎고 파 버리는 근육마다 맺히는 피멍울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모진 아픔에
버둥거리는 저 몸부림
토혈을 쏟는 흙의 신음소리 들리는가
무서운 속도에 발 담군 청청한 후손들
마실 물이 샘솟는
쉴 자리 틈 하나
어디서 찾아낼까
문만 열면 들리는 저 신음소리
너와 나의 영토에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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