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보존의 길 / 미주문학 여름호09
2009.02.14 12:44
명품 보존의 길 / 김영교
여름도 가고 낙엽도 지고
병상의 내 곁 화병에
새해가 왔다
아,
여전한 저 햇볕
어머니 품
나를 붙잡고 놀아준다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가
자동차 백미러 가득 눈부신 해
등지고 가는 병원길
햇볕이 차단된 회색건물 내
사면이 너무 하얗다
기계도 희다. 시트도 희다. 간호사의 표정도 희다.
불을 끄면
먼 의식을 달려오는 하이얀 속도
UFO* 출동은 체온을 흔들어
광선 투여 실행
긴장을 팽팽 잡아당기면
어쩔 수 없이
납작 누워 기계의 일부가 된다
쏘인 것은 암세포보다 바로 나의 두려움
이 깨달음은
김처럼 얇고 캄캄한 명품 보존의 길
나 홀로, 마주서서
나의 몫, 대리인은 어디에도 없다
돌아갈 때는
방금 병원에 맡겨놓고 온 유방 같은 둥근 해를 안고
가로수 무성해질 길을 달린다
*유방암 방사선
미주문학 2009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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