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7 15:20

3월은, 3월에는

조회 수 14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3월은, 3월에는 / 성백군

 

 

땅이

악을 쓰는 소리

어미가 새끼를 낳나 봐요

 

안 들린다고 해서

흙이 갈라지고 벌거벗은 나뭇가지가 찢어지고 하면서

싹이 돋을 때 나는 소리가 없겠어요

안 보인다고 해서

산혈(産血) 터지고 눈물이 방울방울 맺힘이 없겠어요

아픔이 너무 크면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데요

 

당신이 남편이면

조심하세요

아내의 산실에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맞고 할퀴고 물리고 꼬집히고……

그동안 아내에게 못 한 것, 잘한 것, 사랑한 것까지

다 합쳐서 곤욕을 치를 겁니다

미워서도 아니에요. 사랑해서도 아니에요

생명이 태어날 때는

그저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안 되기 때문에

땅이 그러는 그래요

 

그늘 밑 눈[] 달래 보내고

꽃샘추위 눈치 보며 살금살금 기어 나오고……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면

아빠처럼 훈풍이 어루만지고

엄마처럼 해가 볕을 모아 호호 불며 입김으로 품어주지요

싹이 사람이 아니라고 그저 흘려보내지 말아요

3월은 자연의 산실이에요

산실 속에 들어와 고생도 하고 훈훈한 정도 느껴봐요

 

당신이 남자라면

3월에는 여자가 되어보는 건 어때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91 바위의 탄식 강민경 2016.07.07 257
1190 바퀴벌레 자살하다 하늘호수 2017.03.30 156
1189 박명 같은 시 형님 강민경 2011.09.01 459
1188 박영숙영 " 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ㅡ작품해설(2) 박영숙영 2011.07.04 617
1187 박영숙영 "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ㅡ작품해설(1) 박영숙영 2011.07.04 701
1186 박영숙영 영상시 모음 file 박영숙영 2021.01.26 90
1185 반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9.14 112
1184 시조 반성反省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02 160
1183 반쪽 사과 강민경 2014.04.27 339
1182 발자국 성백군 2005.12.15 189
1181 밤 공원이/강민경 강민경 2020.05.31 85
1180 밤 과 등불 강민경 2008.04.30 119
1179 밤 바닷가의 가로등 강민경 2013.07.29 156
1178 밤 손님 성백군 2006.08.18 241
1177 밤, 강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30 108
1176 밤바다 2 하늘호수 2017.09.23 169
1175 밤비 하늘호수 2016.06.10 223
1174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54
1173 밤에 듣는 재즈 서 량 2005.05.17 290
1172 밤에 쓰는 詩 박성춘 2009.09.21 666
Board Pagination Prev 1 ...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