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3월에는 / 성백군
땅이
악을 쓰는 소리
어미가 새끼를 낳나 봐요
안 들린다고 해서
흙이 갈라지고 벌거벗은 나뭇가지가 찢어지고 하면서
싹이 돋을 때 나는 소리가 없겠어요
안 보인다고 해서
산혈(産血) 터지고 눈물이 방울방울 맺힘이 없겠어요
아픔이 너무 크면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데요
당신이 남편이면
조심하세요
아내의 산실에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맞고 할퀴고 물리고 꼬집히고……
그동안 아내에게 못 한 것, 잘한 것, 사랑한 것까지
다 합쳐서 곤욕을 치를 겁니다
미워서도 아니에요. 사랑해서도 아니에요
생명이 태어날 때는
그저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안 되기 때문에
땅이 그러는 그래요
그늘 밑 눈[雪] 달래 보내고
꽃샘추위 눈치 보며 살금살금 기어 나오고……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면
아빠처럼 훈풍이 어루만지고
엄마처럼 해가 볕을 모아 호호 불며 입김으로 품어주지요
싹이 사람이 아니라고 그저 흘려보내지 말아요
3월은 자연의 산실이에요
산실 속에 들어와 고생도 하고 훈훈한 정도 느껴봐요
당신이 남자라면
3월에는 여자가 되어보는 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