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충격/강민경
징그럽게 맑은 봄볕이 원인이었어
새끼들 데리고 어서 나오라 부추긴
짙푸른 하늘도 어미의 죽음을 재촉한 독이었어
길바닥에 묘혈을 파다니
새끼 오리에게서 어미를 빼앗아 간
차마 잊지 못할
봄날의 충격일 줄을 어찌 알았겠어
건널목도, 멈추라는 표시도 없는
4차선 도로는 사람도 건너길 꺼리는데
한 낫 날짐승인 오리 주제에
어린 것들과 사지로 든 도전이라니
멈출 줄 모르는 차를 보는
내 다급함, 들을 귀가 없는 오리에게
위험해, 어서 나와 라는 말
어어 저- 더듬는 순식간
덜커덩 투 둑 아스팔트 위에 널브러진 어미,
새끼 걱정에 눈을 감지 못한다
애고
저 어린 새끼들은 또 어쩌지!
방심하면 언제 어느 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세상사 야박함을 고발하는
봄날에 충격,
허겁지겁 털도 안 자란 날개 푸드덕 벌벌
가던 길 앞다퉈 되돌아오는 새끼들이
안타까워 서성이는 나를 피해
길가 풀숲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