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잎들이/강민경
하와이 기후와 다른 샌프란시스코
아들네 집 창 밖을 보는데
바람 타고 내리는 복사 꽃잎들
땅 위에 수북합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꽃피고 지는 계절의 순환에 무심하던
나도 어느새, 저 꽃잎이라는 생각
깊습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저를 향한 열과 성을 다 쏟은
최상의 아름다움으로 왔지만
순리를 따라
제 몸 열어 꽃 피워 씨를 내고
시나브로 사위어 가는 저 꽃잎처럼
지평선 붉게 물들이며 떠나는 노을처럼
나도 나를 사르며 일렁이는
해거름의 설핏한 햇살입니다
꽃봉 터트리는 동안에도
완성으로의 길은 끝이 없는 것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종종걸음에는
햇살 끌어안은 당당함 앞세워
가슴속 깊은 늪 헤쳐 오는 바람 소리
새봄을 재촉합니다